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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찬 Sep 05. 2024

강아지가 비행기를 타는 법

Part 3. 강아지와 함께한 여행

저는 지금 늦은 여름휴가로 제주도에 왔습니다.

제주도 가족여행을 기념하여, 이번 편에는 다솜이와 함께 왔던 제주도여행의 에피소드를 풀어볼까 해요.

원래 계획했던 순서보다 조금 앞당겨졌는데 오히려 개인적으로 시의적절한 것 같네요^^



여름휴가로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우리 커플과 동생 부부가 휴가 기간을 맞추어 3박 4일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 당연히 다솜이도 함께! (동생의 남자친구였던 유선배가 어느새 동생의 남편이 되었다.)


반려견 동반 제주도 여행의 준비는 척척 진행되었다. 나는 숙소를 예약하기로 하고, 동생은 렌터카를 맡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여러 ‘반려견 동반 제주도 감성 숙소’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가오픈 중인 독채 펜션을 알게 되었다.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는 숙소였다. 마침 가오픈 기간이라 가격까지 합리적이라 고민할 틈도 없이 예약을 넣었다. 렌터카 역시 ‘반려견 동반’을 필터로 검색하니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당있는 집을 좋아한 다솜이


문제는 제주도까지 가는 교통편이었다. 처음엔 차를 배에 싣고 가는 것을 생각했다. 아무래도 다솜이가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 없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배에는 반려견과 함께 탑승 가능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완도까지 차를 타고 가고, 또다시 배를 타고 몇 시간이나 가는 길이 무척이나 험난하게 느껴졌다. 비용적으로도 오히려 비행기를 타는 것이 가성비가 좋게 느껴졌다. 그래서 비행기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반려동물 동반석은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예약해야 했다. 비행 편마다 반려견 동반 좌석이 한정되어 있었는데, 반려동물이 가까운 좌석에 몰리지 않도록 구역별로 마릿수를 제한하고 있었다. 우리 다솜이는 다른 강아지를 보면 짖고 난리를 치기 때문에 이 정책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별문제 없이 원하는 일정으로 예약에 성공했다.


그때부터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자동차도 잘 타고 기차도 잘 타는 다솜이지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마침 얼마 전에 강아지 동반 비행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어서 더욱 펫티켓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다솜이가 비행기 안에서 짖거나 소동을 부릴까봐,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다솜이가 가방 안에서의 답답함을 못 견딜까봐 무언가 대비가 필요했다.


내 계획은 이러했다. 첫째, 다솜이가 다른 강아지를 봐도 (심하게) 짖지 않도록 교육을 시킬 것. 둘째, 가방 안에서 답답해하지 않도록 좋은 기억을 심어줄 것. 셋째, 비행 시 다솜이의 컨디션 관리에 신경 쓸 것.


우선 다솜이의 펫티켓 장착을 위하여 ‘산책 매너’ 교육을 듣기로 했다. 한창 트레이닝을 알아보았을 때에는 다솜이가 노견이라고 받아주는 곳이 없었는데, 1년새 펫 교육업계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건지 나이에 상관없이 그룹수업을 해주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제주도에 가기 3주 전부터 매주 토요일 아침 8시에 용산가족공원에서 짖음이 있는 강아지 6~7마리와 함께 옹기종기 수업을 들었다. 처음엔 공원이 떠나갈 듯 짖는 소리로 가득했지만, 대개는 20분쯤 지나면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다른 강아지에 무관심해지고 수업에 집중하게 되었다. 다솜이만 빼고! 다솜이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서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특별 관리를 받았다. 빨간 고깔을 따라 원을 그리며 산책연습을 하는 그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다솜이만 열등생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은 잠시, 다솜이를 힘들게만 하고 교육을 괜히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을 주로 했다.


단체 수업에 적응을 못하는 열등생 둘


다솜이에게 펫티켓을 가르치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두 번째 계획을 집에서 준비하기로 했다. 기내에 강아지와 함께 탈 때는 충분한 여유공간이 있는 켄넬이나 가방을 이용해야 한다. 평소에도 여행 다닐 때마다 가방을 이용하기에 다솜이에게 익숙하긴 했지만, 평소와 다른 점은 비행기 내에서는 지퍼까지 잘 닫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솜이는 문이 닫힌 공간에서 유독 불안해해서, 가방의 지퍼를 항상 열어두곤 했다. 그러나 비행기 탑승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훈련에 돌입했다. 가방에 간식을 넣어두고 지퍼를 닫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는 방법으로 훈련을 하기로 한 것.


첫날은 다솜이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금방 지퍼를 닫았다 열었다. 다솜이는 간식에 정신이 팔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이튿날은 지퍼를 닫는 시간을 조금 늘려보았다. 다솜이가 간식을 다 먹고 10초 이내로 지퍼 문을 열었다. 그다음부터는 가방 안에 놓인 간식을 다 먹고 1분 후, 2분 후에 지퍼를 열어주었다. 다솜이는 처음에는 낯선 상황에 의아해했지만, 이내 망사 부분으로 보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지퍼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비행시간은 1~2분이 아니라 무려 1시간. 다솜이가 과연 1시간이나 기다릴 수 있을까? 집에서는 10분은커녕 5분도 성공하지 못했다. 2분여가 지나면 다솜이가 나를 째려보며 컹! 하며 문을 열라고 다그쳤기 때문. ‘비행기’의 개념이 없는 다솜이에게 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를 납득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괜히 사이만 안 좋아질 뻔했다.


두 번째 계획은 반 정도의 성공이었다고 치면, 마지막 세 번째 계획은 비행 당일에 결과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우선 더운 여름날이었던 점을 감안하여, 아이스팩에 수건을 여러 겹 감싸서 가방에 넣어주기로 했다. 가방은 다솜이가 움직일 공간 여유가 있고 일부분은 망사로 되어있긴 하지만, 지퍼까지 닫아버리면 다솜이의 숨으로 공기가 빠르게 더워진다. 강아지의 체온은 인간보다도 높지 않던가! 그래서 여름날에 아이스팩은 필수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준비한 것이 있었다. 바로 닭고기맛 사탕! 비행기가 높이 올라가면 기압차이가 생겨 귀가 아플지도 모른다는 나의 사소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실제로 내가 어릴 적 비행기를 탔을 때귀가 아파 고생한 적이 있어서, 내 눈에 아직 어린이인 다솜이도 같은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수의학적으로 확인해보지 않음 ^^;) 그래서 흔히 부모들이 어린 자녀를 데리고 비행기를 탈 때 사탕을 주는 것에 착안하여 강아지용 사탕을 검색해 보니, 다행히도 닭고기맛 사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아지가 사탕을 입에 넣고 빨아먹을 수는 없으니, 한쪽 부분을 핥아먹을 수 있도록 다른 면은 벽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형태였다. 미리 집에서 테스트해 보니 다행히도 흰자를 부라리면서 맛있게 먹어주었다.


드디어 비행 당일! 탑승 수속 시 가방을 포함한 강아지의 무게를 재고, 강아지용 탑승권까지 발급받았다. 넓고 화려한 인천공항은 아니지만, 다솜이는 무려 ‘공항’까지 진출해 영역을 확장해 갔다. 그리고 탑승의 시간. 나는 다솜이와 함께 창가 쪽 제일 구석 자리에 앉고, 남자친구와 동생이 내 옆자리를 채웠다. 다솜이 자리는 (싫어할 게 뻔하지만) 내 발 밑이었다. 아이스팩을 넣어 둔 가방에 손을 넣어 온도를 확인했다. 다솜이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지퍼 사이로 쑥 들어온 내 손을 핥아댔다. 아직 비장의 아이템(사탕)을 사용하기에는 이륙까지 한참이나 남았다. 나는 언제 다솜이가 짖을지 몰라 초조한 마음으로 이륙을 기다렸다. 이륙 시 느껴질 진동과 큰 소음을 사탕으로 주의를 돌릴 셈이었다.


기차를 탈 때도 그렇지만 다솜이는 ‘눈치껏’ 행동할 줄 아는 강아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환경이란 것을 눈치챈 다솜이는 지퍼를 닫은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데도 용케 얌전히 있었다. 그리고 이륙의 순간! 나는 닭고기맛 사탕을 얼른 꺼내어 가방 한켠에 붙이고 지퍼를 닫았다. 가방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아 다솜이가 사탕을 핥아먹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찹찹 사탕을 핥는 리듬에 맞추어 회색 가방이 이리저리 춤을 췄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꾸물꾸물 움직이던 가방이 멈추었다. 슬쩍 지퍼에 틈을 내어 확인해 보니 다솜이는 먹을 만큼 먹은 것인지 사탕을 등지고 웅크린 자세로 잠을 자고 있었다. 아… 다행이다! 다솜이가 편안하구나! 드디어 나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비행기 탄 강아지


“우리 비행기는 제주 공항에 착륙합니다.”

안내방송이 들리고 머지않아 약간의 진동과 함께 비행기가 땅에 닿았다. 그리고 게이트를 향해 움직이던 중, 발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헝! (나 잊은 거 아니지?)”

다솜이가 자신의 존재를 작게 어필했다. 다솜이는 다른 강아지에 대한 매너는 꽝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예의범절을 아는 강아지였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자신은 조용히 있어야 된다는 것을 눈치라도 챈듯 비행 내내 얌전하더니, 비행기가 착륙하자 드디어 소리를 낸 것. 그것도 ’멍!‘하는 짖음이 아니라 ’헝!‘하는 작은 어필이었다. ’헝!‘은 다솜이의 짖음 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거나 작은 요구사항이 있을 때 내는 소리이다.


‘멍!’도 아니고 ‘컹!’도 아니고 ‘헝!’이라니? 순간 내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솜이는 지금까지 기다려준 것이구나! 똑똑하고 대견한 우리 강아지!


다솜이와의 비행을 위해 몇 주간 준비한 것들이 많았지만, 사실은 다솜이를 믿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솜이의 제주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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