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결 따라 살기

- 아들과 딸

by 예나네


2007년도 호주에 오기 전, 테니스를 배워오면 서양 친구 사귀기 좋다 해서 테니스 클럽에 등록을 해 주었다. 누나가 3개월 먼저 시작했고 동생은 나중에 들어갔다.

그놈, 민구가 첫날 배우고 오더니 또 킥킥거렸다.


"엄마, 아으니 누나 테니스 어째 치는지 알아?"

"모르지 나는. 며칠 전에 봤는데 잘 치던데? 왜 어째 치던데?"

"나는 뻥뻥 치는데 누나는 퐁퐁 탁구처럼 치데. 공이 안 넘어가. 공이 넘어갈 생각이 아예 없더라, 엄마. 큭큭 "

"야 이놈아, 너나 잘해."


호주에 와서 동생은 동생답게 그 이튿날부터 바로 축구부와 테니스 파트에 들어가 서양 친구를 사귀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용케도 7명의 소수정예 그룹에 들어가 그 친구들과 5년 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어울려 놀았다. 그중에는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전교 1,2등을 다투는 제임스라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그런 민구를 보며 괜히 자랑스러웠고, 두 누나들은 신기해 죽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쟤가 서양 친구들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지 따라가서 배워보고 싶다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그때 민구하고 좀 더 깊은 대화를 못했던 게 후회된다. 아무리 축구를 잘한다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아 혼자서 많이 외로웠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그놈한테 부끄럽다.
내가 여기 번다버그로 이사 와서 외국사람들 속에 섞이다 보니, 그제야 내 아들 민구의 고독이 감지된다. 그 어린놈이 언어를 제맘대로 소통치 못할 때마다, 얼마나 갑갑하고 답답했을까.

그때 우매한 나는 민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서양 아이들하고 어울려서 부지런히 그들의 말과 문화를 익혀라. 우리 아들 잘한다." 이런 입에 발린 '엄마 중심의 칭찬'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부끄럽다.

그 대신, "아들아, 호주 아이들하고 노는 게 불편하면 한국 친구들하고 편하게 어울려 놀아도 돼. 영어는 천천히 배워도 돼. 이 나라는 빨리빨리 대신 슬로슬로라는 것 알지? 우리 아들 사랑한다."라고 말해야 했다. 좀 더 시원하게, 그놈 가려운 맘을 북북 긁어 주어야 했는데.

둘째는 책을 좋아하는 비교적 조용한 이국 친구를 사귀었다. 아주 천천히 스며들듯 그렇게 친구가 하나 둘 생겨났다.

그놈 민구가 내 곁에 와서 또 키득거리고 장난을 걸어온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야 이놈아, 운동은 뭐 아무나 하나.
적성에 맞는 마음결 따라
그리 살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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