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 따라쟁이 바다

- 바다와 하늘과 사람들

by 예나네


엘리엇 헤드 비치는
따라쟁이 바다다.


엘리엇 헤드 비치



해가 지면 아쉬운 듯 달이 떠오른다.
서쪽 하늘 석양이 노랗게 물들면,
동쪽 하늘 하얗던 달이 노랗게 해를 닮아간다.
달은 해가 간 길을 스치듯 구르듯 따라간다.

달빛과 노을빛은 서로 어우러져 바다와 하늘 사이에 난 경계를, 파스텔 톤으로 지워놓는다.


엘리엇 헤드 비치



썰물의 꽁무니를 밀물이 물고 따라온다.
길을 잃으면 백인이든 흑인이든, 사람을 붙잡고 사람한테 물어봐야 한다. 물때를 익히 잘 아는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
"이거 밀물이야? 썰물이야?"
그 물음은 물살 사이에서 나온 부드럽게 흐르는 사람의 목소리일지라도, 생명을 답보한 아주 엄중한 물음이다. 밀려오는 물길을, 밀려가는 물길인 줄 알고, 무작정 바다 쪽으로 나아가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사람들은 다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답도 진중하다.
"아, 미안한데 난 확실히 잘 모르겠네. 저~기 가게에 가서 물어보면 어떨까."
손가락이 가리킨 똑같은 장소를 똑같이 따라가는, 까만 눈과 파란 눈이 온전히 하나다.

지금 발 아래 흐르는 밀물과 썰물도, 썰물인지 밀물인지 도대체 분간하지 못할, 똑같은 결의 물살로 따라 흐른다.


해를 따라 달이 오는 시간과, 해수면이 밀려오고 딸려가는 시간은, 그들의 시간을 절대로 거스르지 않는다.




그러나 노매드처럼 먼 물길을 거스르듯 거침없이 바다를 치대는 파도가 있다. 바람에다 H2O를 버무려서 바람에 운집된 물방울을 제 몸통에다 이불처럼 철썩철썩 감고감아 쏴쏴~ 바다를 요동치는 파도는, 고여있을 바닷 속 생명들을 지키느라 저리도 허겁시럽다.*

제 몸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사그라지면,
바다의 생명은 다 주저앉고 말 것이다.
물결도, 고기도, 산호도, 해초도, 그리고 사람도.

따라쟁이 바람이 늘 따라붙는 파도는,
고요히 고여있는 바다의 거대 바디에다,
숨을 불어넣는 동력의 베이스먼트,
바다의 호흡기이다.




바다는 파도로 숨을 쉰다.

* 허겁시럽다 : '호들갑스럽다'의 전라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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