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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Feb 15. 2024

별 돋는 이국의 밤을 내 평생 연모하리라 •4

- 4 <노스탤지어> 편


막내의 누나들은 각각 취업과 인턴쉽으로 다른 주옮겨가고, 아이와 내가 섯 개의 방을 가진 빅 하우스를 휑하게 지킬 수 없다. 그래 빈방을 세 청년에게 셰어 했다. 워킹 홀리데이로 온 남녀 한국인 청년들은 아이의 또래였으나 아이는 그들과 교하진 않았다.  외 상은  듯 굴러갔다.


아이는 엄마에게 평상시처럼 시니컬하면서 정스러웠다. 구사하는 자기만의 창의적인 언어에다 재치를 흩뿌리는 개그스러운 아이였다. 한테 그랬다. 두 딸들에게 나의 애정하는 1호가 막내라는 사실이 들통난 건 오래전이었다. 난 자다가도 막내가 차로 태워달라 하면 얼른 일어나 차고로 달려갔고, 밥 먹으러 나가자 하면 불현듯 치장을 하고나가 아이와 외식을 하였다. 집 밖에서 둘이 앉아 밥을 먹으며 아이가 하는 말을 살폈으나 아이는 평소처럼 지엄마를 슬쩍 웃기거나 놀리기만 했다. 지금 돌아보니 그건 시침을 뚝 뗀 응석의 다른 이었, 어미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아이는 학에서 사귄 한국인 여자 아이들 두 명을 이야기했고, 어느 저녁엔 그중 한 명이 우리 집에 오기도 하던 평범한 일상이었다. 하이스쿨 때 한국 친구이나 형이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한국인 여학생들과 친교하당시의 현실안도가 되었다. 아이의 마음에서 안정이 감지되고, 그 간극에서 남녀 사이에 조성되는 설렘을 감지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가 세상을 하직하기 1년 전 우울하다는 말을 내게 하지 않았었다면, 아무리 엄마라도 아이의  치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이가 세상을 떠나기 삼 일 전, 그날은 내가 아이학교 근처에서 병원 볼일이 있었아이가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나왔었다. 늘 싱긋 웃는 아이였는데 얼굴에 먹구름 낀 듯 수심으로 가득하였다. 걱정이 되었지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 러나 물어라도 볼 것을!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던 어미였다.


놈이 별이 되어 제아빠 곁으로 간  당시, 우리 집에는 나와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한 주 동안 우리 집에 머물고 있었다. 우린 넷이서 서로 자매처럼 언니 동생 하면서 서로의 생일챙겨주던 사이였다. 그중 한 사람이 그녀가 IT 분야 을 은퇴하고 타 주로 이사를 가기 전, 2주 동안 우리 집에 머물로 했다. 그 간에 자지인들과 인사를 하고 기로 계획던 거다. 


사실 전화로 우리 집에 머물러도 될지를 물어올 때,  에서는 천금 같은 아들 사정이 정전기가 일듯이 켕겼는데도, 숙맥 같은 난 어쩌지 못하고 손을 맞이하고 말았다. 도 하나 있었고 떠나는 친구에게 노,를 하기엔 이유가 궁색했다.  일에 이도 동의를 하였었지만, 돌아보면 엄마로서 참 어리석은 사례였다. 2주 사이 별일이 일어날 줄 꿈에도 몰랐, 그랬다.


집에 손님이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건 사실이다. 이질적인 문화 하나를 수렴하면서 손을 우선하여 챙기고, 가족을 뒷전으로 슬쩍 밀어놓게 되는 것도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당시 난, 출판할 책 두 권의 마지막 교정과 표지를 컨펌해줘야 하던 기간이었다. 1인 다역에 골몰해 있던 시기였으니 내 아이의 심중을 평소처럼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 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라지만, 난 바보천치 같았다.


 그날 마지막 원고의 교정을 끝내고, 일주일 후 우리 집에 머물던 그녀가 떠나면 막내의 텀방학일 테니, 막내를 잘 설득하여서 병원에 적극적으로 데려가보기로 혼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 그러나 냉혈한 신은 의 시간을 헤아려주지 않았다. 만일 시계를  당시로 되돌릴 수 있다면, 난 기필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될 테다.  자식부터 우선적으로 챙기는 어미가 될 테다. 런 중에도 뿌리는 어김없이 깊어다. 뿌리가 길러낸  나무지와 잎맥, 살아온 내력이 정치하게 새겨진다.



《향연》에 보면, 에로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idite)의 생일 축하연을 계기로 풍요의 신 포로스(Poros)와 결핍의 신 페니아(Penia)가 만나 그 사이에서 태어났다. 때문에 에로스는 어머니의 결핍을 닮아 진, 선, 미 모든 것에서 가난하고 결핍된 자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닮아 이 모든 것에 대한 풍요를 언제나 그리워하여 그것을 이루려는 중간자이다. 그래서 언제나 지고선에 대한 영원한 동경과 열병적 연모를 그 본성으로 한다. - 김용규, 같은 책, <노스탤지어> 편, p.257.

한주를 쉬고 다시 연재글을 올립니다. 사실은 너무 가슴 아픈 스토리여서 주저했습니다만, 연재라는 약속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의 일뿐 아니라 살아가는 일이 다, 마음먹은 대로 안 되겠지요. 누군가 그러데요, 맘대로 안 되는 게 자식과 골프라고요. 바라옵건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하여 그저 담담하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도 많이 덤덤해졌으니까요. 깊이로 드는 시간엔 아픔도 슬픔도... 감수해야겠지요. 겨울을 지나면 파릇파릇 새순이 싹트겠지요. 늘 건강 행복하십시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


마지막 5가 후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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