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덕질에 이은 축덕질
지난 글에 이어 가장 자주 보는 네이버 콘텐츠를 보다가 쓰는 글입니다.
직감으로 추정한 것이지만 달수네 내용을 보면 박문성 해설위원이 주도하는 미디어입니다. 그중에 가장 세련된 포맷이라 느껴지는 콘텐츠는 6시 내축구인데, 가운데 언론사 출신의 일명 '빨대형'이 서고 양 옆에 박위원과 페노가 등장한다.
선출 축구인은 아니라 축덕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해박한 지식을 갖춘 동시에 직업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이 요즘은 전문가 대접은 받는 듯합니다. 그런 부류 중에서 박위원은 방송 해설은 물론 다스뵈이더 같은 미디어에도 등장할 정도로 활동폭이 넓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구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듀서 느낌도 납니다. 같이 프로(?) 축덕으로 분류할 수 있는 페노 님은 해설위원들도 인정하는 축구 전략 해설 전문가라 할 수 있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비슷한 느낌으로 말이죠.
이들과 달리 언론사 출신의 빨대는 목소리나 발음 등의 다른 스킬을 갖고 있고, 콘텐츠가 보다 대중적으로 보일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조합은 굉장히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제가 위에 캡처 한 장면은 축구 관련 찌라시 내용을 진지하게 보도하는 빨대의 실수를 놀리며 재미를 주는 동시에 미디어 문해력에 대한 필요성을 가볍게 어필하기도 합니다.
자극적 내용을 써야 관심을 끌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미디어의 현실을 아는 이들은 축구 기사를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내용을 말합니다. 박문성 위원의 다음 말이 결정적인 예시이다.
주급 15억을 받을래요. 영국에 남아서 2억을 받으면서 역사적인 기록을 깰래요?
과거의 호사가에 가까운 미디어들은 최연소 100승 따위를 엄청 중요하게 다루지만, 선수 본인은 경기 자체 혹은 팀에 대한 충성심이나 연봉 같은 현실적인 조건에 비해 기록이나 라이벌과의 관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물가 수다에서 모두의 집중을 끌어야 하는 호사가의 입장인 주류 미디어 기자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소재로 클릭을 번다는 사실과 실제 축구 선수의 삶은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콘텐츠에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페노가 영상 마지막에 자신의 레알의 케인이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전에는 케인(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토트넘의 최고 스타 선수)과 레비 회장(토트넘의 CEO)과의 협상에 대해 다룬다. 이런 내용을 바로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는 유럽 축구 지식이 있는 시청자여야 한다. 한때(?) 축덕이었던 나에게는 일종의 '이지 리스닝' 장르의 콘텐츠인데, 듣다가 FA(자유 계약)가 유행이 될 것이라는 '아르센 벵거의 예언'처럼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1]
축덕 콘텐츠의 진화는 축구가 산업화되면서 데이터 기술까지 접목하고 있습니다. 앞서 전략 해설가로 소개한 페노의 채널을 보면 토트넘(손흥민이 소속된 축구팀)의 감독으로 연결되고 있는 모든 후보를 두 가지 축으로 비교하는 사분면을 보여 줍니다. 각각을 어떻게 지표 혹은 지수화했는지 궁금하지만 그에 앞서 놀라움을 먼저 느낍니다.
축구의 산업화란 표현을 썼는데요. 사우디 아라비아가 호날두에 이어 벤제마를 세계 최고의 연봉을 주며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런 이벤트의 이면에는 산업 변화가 깔려 있습니다. 자본 집중으로 고도로 성장하고 있는 EPL에 이어 중동의 왕국들은 석유 산업을 대체하는 친환경 산업으로 축구를 선택한 듯 보입니다.
축구 산업화가 강화되니 축구 유튜버(다른 채널 포함) 역시 기업화되는 듯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런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가 기본이죠. 달수네 이외에 자주 보는 김진짜 채널 영상에서는 축구 선수가 다리털을 미는 이유를 다뤘습니다. 중국에서 (중의로 분류하는) 마사지로 디스크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영상에서 '속근육을 만진다'는 표현이 촉각 경험으로 이해되는 듯했습니다 암튼 이렇게 디테일한 내용까지 다룬다는 놀랍습니다.
[1] 프로 야구에서 FA가 일종의 잭팟인 것과 프로축구의 FA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선수들이 계약 만료까지 기다리면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아, 이적료만큼을 연봉으로 요구할 수 있는 협상력이 생긴다는 현상이 최근 보편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