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파동과 정부의 비겁함
후쿠시마 오염수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 녹아내린 핵연료와 접촉한 물 등을 말하는 것인데, 일본 당국이 쌓아놓고 있는 오염수를 더 이상 적재할 공간이 없어서 대충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한 후 희석해서 바다에 버리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원전 지하에서 빗물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오염수가 강과 하천으로 흘러들어 앞으로 공식적으로 방류하겠다는 용량보다 훨씬 많은 양으로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계속 태평양으로 그냥 흘러나갔을 것이기 때문에 정말 큰 의미는 없다.
어째서인지 일본 정부와 한국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방사능 오염이 있다는 것은 괴담이며 아무 문제도 없다고 주장하는 중인데, 원전 사고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난 암 발생률, 먹어서 응원하자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 중 백혈병과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사실 등을 병과 후쿠시마산 식재료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이 발표하고 있는 세슘 검사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방사능 오염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후쿠시마산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등에서 검출되는 세슘은 현재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 중이다. 후생성의 검사 결과조차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시료 선정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방사능 검사 기계의 정확도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슘-137은 자연발생으로는 측정 불가능 수준의 극미량으로만 생성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세슘은 핵발전이나 핵무기, 원자력 사고 등에 의해 생긴 오염의 정도를 측정하는 오염 지표물질로 사용된다. 세슘만 위험해서 검사하는 게 아니라 세슘이 있을 경우 다른 방사능 물질도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방사능 오염 식품으로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슘 검사를 통과했으나 다른 방사능 물질이 있을 가능성도 당연히 분명 존재한다.
일본이 주장하는 처리 설비와 측정 설비를 거친 오염수는 지하로 이어진 터널을 통해 해수와 섞이고 희석된 후 해저배수터널을 따라 약 1km 떨어진 깊은 바다에 방출된다. 이 깊은 바다에 최종 배출된 오염수의 오염도나 방사능을 측정할 길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근본적으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도덕성을 전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우려가 있는 것이다. 애초 희석한다고 총량이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지만, 실제로 주장한 비율대로 희석했는지, 방류량이 하루 몇 톤이나 되는지 검증할 수가 없는 구조다.
방사능 환경영향평가 당시 처리와 측정 시연을 참관한 전문가 등은 일본이 측정 시료를 휘젓지 않고 위쪽의 물만 측정하는 등 불투명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방사능 물질은 당연히 물보다 무겁기 때문에 가라앉아 슬러지를 형성하는데, 도쿄전력에서는 측정 시 윗물만 채취하면 괜찮다는 것에 착안하여 현재 가동 중인 오염수 방류 역시 측정하는 탱크의 바닥에서 샘플을 떠내는 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탱크 뚜껑을 열어 윗물을 측정한 뒤 방류하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곤노 수미오 씨는 2011년까지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직접 일해본 경험상으로 볼 때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제대로 방류하고 관리할 능력도 없다. 대응 능력이 엉망이고, 늘 무언가가 고장난다. 방류 과정에서 무조건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오염수를 희석한다 해도 총량은 똑같고, 결국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백혈병과 암 발병률이 높다는 데이터가 있는데도 과학적 연관성이 없다며 외면해 왔는데, 오염수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위험은 괴담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며, 지금도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 가면 자연 방사능의 10배 이상 높은 방사능 수치를 볼 수 있다.
도쿄전력은 30년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폐로 작업이 늦어지며 10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2023년 8월 24일 1시 3분경,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으며, 첫날 200톤 이상의 오염수를 방류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윤석열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적극 지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국익이라는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데, 단지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을 다 물어뜯는 것이 대선 전략이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반일, 극일을 내세웠다는 것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후쿠시마 사태와 오염수의 위험성을 애써 외면했던 것뿐일 것으로 생각한다.
절대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다는 기조야 말로 이 정부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에 이미 해놓은 얘기가 있어서 국민여론이 아무리 안 좋더라도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인데, 하여튼 정치권에서는 오로지 총선 생각밖에 안 할 테니 아무래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 축소 등 어민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만 원래 오염수는 괜찮은데 민주당이 괜히 비과학적 선동해서 소비가 줄은 것이라 민주당 잘못이라고 비난하자는 것을 전략으로 세운 모양이다.
지난 3월 국정원은 이태원 참사 추모를 빌미로 정권 퇴진을 외친 것은 북한의 지령이라며 북한 공작기관이 민주노총 간첩단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동해가 오염된다는 지령을 내렸다는 주장을 했었는데, 어쩌면 광복절 축사에서 대통령이 일본 찬양을 하며 생뚱맞게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공산주의 추종 세력이라고 비난한 것이 이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고 지금은 영 여론이 안 좋으니 조용하지만 분명 총선 직전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은 북한 추종 세력의 음모라는 프레임이 가동할 것이라고 본다.
지난 8월 16일 아사히 신문에서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일본에 당면한 현안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한국 총선에 악영향이 적은 이른 시기에 실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기사를 냈던 바 있는데, 이게 정말 똑똑한 생각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 몇 개월간 오염수를 계속 방류하면 분명 방사능 피폭에 의한 기형 물고기 출현 등의 사태가 있을 것이라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여론이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
한겨레의 보도에 의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2023년 7~8월 수산물 안전 관리에 대한 국가 정책 광고 추진 계획에서 소요예산에 10억 원을 배정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유튜브에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일본을 옹호하는 유료 광고를 낸 것이다.
7월 7일 대한민국 정부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이라는 영상은 국민들의 불안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커피 한 잔, 우유 한 잔, 계란 하나를 먹어도 다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피폭을 받는다. 오염수 방류로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할 필요 없으며 삼중수소는 토양이나 채소는 물론 공기에도 존재하는 방사능 물질로 먹어도 기준치 이하면 인체에 별 영향이 없다.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전문가라고 내세운 사람들이 삼중수소의 내부 피폭 위험에 대하여 무시하는 발언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 하여간 이 영상의 제작비는 3800만 원이 대통령실 예산으로 집행됐으며 업체 선정도 대통령실에서 했다.
참고로 삼중수소는 제거할 방법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만 생체 농축이나 생물에 대한 피해가 다른 방사능 물질에 비해 훨씬 적어서 괜찮다는 의견도 있는데,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이 감마선 등에 비해 투과력이 약해 가령 만지거나 접촉하는 것은 거의 위험하지 않다고 하지만 오히려 먹었을 때는 세포조직이나 장기 내부를 벗어나지 않아 집중적인 내부 피폭을 일으킬 수 있다.
극미량의 방사선 역시 암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는 삼중수소 농도를 규제하고 있으며, 규제 대상인 농도의 삼중수소를 바다에 버리는데 바닷물을 섞어서 버리면 희석되어 농도가 규제 대상 이하가 되어 괜찮다는 게 정말 말이 되는 것인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동물실험에서 삼중수소의 장기간 노출은 생식세포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하며, 1988년 캐나다 퀘벡의 원전에서 삼중수소 배출이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삼중수소 배출량이 높았을 때 신생아 사망자 수가 높았다고 한다.
오염수 홍보 영상은 영상에 대한 별다른 홍보 없이 갑자기 최근 조회수가 급증하여 8월 24일 현재 164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욕하려고 많이 조회한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좋아요는 1800여 건에 불과하고 댓글도 많지 않으며, 이런 영상이 있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기 이전까지 그다지 이 영상에 대해 알려져 있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짧은 시간 K-POP 인기 아티스트도 기록하기 힘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 수상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10억 원의 예산은 댓글 공작처럼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유튜브 조회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데 사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오는데, 석진영 문체부 여론과장은 광고 때문에 영상 조회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광고 영상 조회도 일정 시간 이상 보면 조회수로 잡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작한 한국 관광 홍보 영상 '범 내려온다' 시리즈는 나름 인기를 얻으며 2년간 9억 뷰를 기록했는데, 한국관광공사는 14편의 영상 제작비로 22억 6400만 원을 사용했고 유튜브 광고비로 101억 4000만 원을 사용했다고 하며, 사실은 조회수의 90% 이상이 광고로 나온 트래픽이었다고 한다.
한국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오염수 투기를 반대하고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를 해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았어야 했다.
방사능 오염수는 분명 액체 형태의 쓰레기이며 오염수 해양 투기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범죄 행위에 방조를 넘어 적극적인 지지를 표한 것은 일본에게는 확실히 매우 큰 힘이 되었으며, 많은 태평양 소국들이 가까운 한국도 괜찮다는 걸 보니 괜찮은가 보다 하고 오염수 방류에 격렬하게 반발하던 기조가 상당히 누그러지게 되었다.
일본의 오염수 투기에 적극 반대하는 나라는 이제 일본 이상으로 오염수 투기를 많이 해온 중국밖에 없고,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하는 강경한 태도로 나왔으나 중국도 사실 오염수의 위험을 걱정하기보다는 한미일 대중국 강경드라이브에 대응하는 정치적인 이유가 더 크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린피스는 오염수 방류가 일본 정부의 무책임과 인접국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한국 정부의 방조가 낳은 합작품이라며, 원전 사고로 생성된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 방류는 지구상에 전례 없는 일로 해양생태계와 인류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발표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핵연료 잔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놓은 상태에서 오염수 방류는 미봉책도 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솔직한 토론 대신 거짓 해결책을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한일 양국이 오염수 투기가 문제없다고 자신하는 이면에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은 보통 오랫동안 농축됐을 때 나타나지 짧은 시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당장 오염수 방류하자마자 암 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던가 기형아 출산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의 현상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10년, 20년 뒤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광우병 괴담도 10년, 20년 뒤에 어떤 나쁜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고 선동했었는데 아무런 문제없지 않냐 하겠지만 광우병 위협의 원인이었던 육골분 사료 먹인 소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광우병의 위협이 줄어든 것이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는 그들이 밝히고 있는 대로 최소 수십 년 이상 계속될 것이다. 도쿄전력은 하루에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t을 바다에 버릴 것이며 2024년 3월까지 현재 보관 중인 오염수의 2.3% 수준인 3만 1200t을 방류할 계획이다. 어떻게 폐쇄할 것인지는 전혀 대책이 없지만 2041~2051년까지 사고 원자로를 폐쇄하겠다고 했다.
과연 30년간 오염수를 방류하면 끝나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본 정부는 언젠가 사고 원자로를 폐로 하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대체 어떻게 원전을 폐쇄할 것인가? 원전 사고 이후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사고 현장은 방사능 위험 때문에 사람이 가까이 갈 수도 없는 상태고 기계를 보내도 녹아버릴 상황이라 그냥 말 그대로 덮어놓고 있는 것뿐이다. 일본이 후쿠시마는 괜찮고 방사능 위험이 없다고 홍보하는데 들인 돈을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썼으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었을 것 같지만 일본의 선택은 그저 진짜 문제를 모르는 척하는 것뿐이었고, 어떻게든 문제를 처리하려고 노력하는데 돈을 쓰기보다 괜찮다고 홍보하는데 돈을 쓰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이제 오염수 투기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일본과 윤석열 정부가 함께 벌인 일이 되어 버렸다. 오염수 투기가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순간 선거를 절대 이길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각오로 나설 수밖에 없고 앞으로 윤석열 정부와 친일 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오염수는 아무 문제없는데 민주당과 반국가세력이 괴담을 살포하고 국익을 해친다며 비난하는 것에 대대적으로 집중할 것이다. 분명 친일 여당은 집권 이후 이제까지 쭉 그래왔듯이 적반하장의 전략으로 당당하게 나올 것이고 민주당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런 모략에 고스란히 넘어가 먼저 꼬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을 반국가행위로 몰아가고 괴담 선동에 가차 없는 압수수색과 신속한 수사 지시만 하면 다음 총선도 문제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것 같고, 이런 자신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