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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8번의 꿈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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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Jun 26. 2020

가슴으로 낳은 딸들

꿈을 만난 길, 첫 번째 이야기


꽉꽉 눌러 담은 작고 어설픈 사랑을 전하러 가는 

이곳은 나의 꿈의 세계
 

아이들과 함께라면 마법같이
꿈을 꿀 수 있는 세계가 생긴다


그 세계는 당장 해답을 찾을 수도

얻을 수도 없고 분명한 길이 주어지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걸어가는 길 자체가

해답인 세계가 분명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비릿한 상황을

해결하는 일이 먼저가 아니다

이 세계에서 걷는 길을 사랑하며

아이들과 더 사랑하는 것

따뜻한 사랑의 눈빛과 수용

그리고 먼저 내밀어줄 손
 

온 감각으로 함께 이 문제와 상황들을

사랑하며 젖어들어야 한다


광활하지만 소박한 이 땅에서 아이들의 존재는
나의 희망이고 미래고 소망이고 꿈이다





로슨리 이야기

로슨리와 첫 만남


누구나 그렇듯이 눈이 가장 가는 사람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대상. 그게 바로 아주 여리고 짙은 눈망울을 가진 로슨리였다. 내가 처음 찬드라반 마을과 사랑에 빠진 이유도 몇 가지에는 로슨리가 큰 자리를 자리 잡았으리라 생각한다. 로슨리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견디지 못하고 아이를 두고 도망갔다. 그렇게 로슨리는 할머니 손에 자라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보다 더 씩씩하고 독립심이 굉장히 강했다.



로슨리와 세번째 만남때


순수했던 로슨리도 자신이 성장해 간다는 걸 느꼈을 때, 세상을 알아버렸다는 눈빛으로 다시금 나를 찾아왔다. 헤어질 시간이 되면 내 온몸을 부여잡으며 갓난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엄마가 없는 삶을 감당한다는 건 어린아이에게 너무 버거운 일이 아니었을까?

무엇으로 로슨리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까?

로슨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서 욕심이 났다. 이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좋아'라고 말하는 로슨리


그래서 세 번째 만났을 때 로슨리의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조심스레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너의 "엄마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अच्छा(좋아)"라고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말하는 너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짠드니 이야기

난을 먹는 짠드니


작은 오렌지 같이 상큼한 이 친구의 이름은 짠드니다. 로슨리의 여동생이며 언니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

 


두 얼굴의 짠드니



짠드니는 두 얼굴의 소녀다. 무표정을 할 때는 도저히 어린아이라고 느껴지지 못할 만큼의 사색이 담겨있다. 하지만 엄청난 반전은 웃는 모습이다. 누구보다 눈부시고 깨물어주고 싶은 표정을 지으며 활짝 웃는다.


이 아이를 미소를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

'존재 자체가 희망이며 축복이다.'




짠드니와 나 


또, 얼마나 넘치는 사랑을 가지고 있는지 꼭 매달려서 놓치지 않는 모습. 금세 언니(로슨리)를 따라서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다. 밝고 순수한 짠드니의 모습 앞에서 나는 한없이 무너지고 만다. 이 아이의 순수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한줄기 빛같이 느껴진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무섭고 무겁게만 느껴졌는데, 너를 안아보니 이리도 가볍고 아름다운 일인지 너와 함께 한 호흡으로 숨을 쉬며 알게 되었다.










두 자매 이야기

로슨리와 짠드니 자매


두 자매는 '엄마'라는 말을 어찌나 좋아하던지 매일 나를 쫓아다니면서 '엄마' 하고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난 후 어린아이가 부릴 수 있는 애교와 투정을 모아 나에게 모두 던져준다. 아주 웃거나, 아주 울거나, 아주 화내는, 있는 그대로를 나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나도 더욱더 이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가공되지 않은 모습. 날것의 그것을.



2020년의 로슨리와 짠드니



2020년 1월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 사진이다. 사진 속의 옷들은 모두 나의 옷들이다. 이 두 아이와 헤어질 때는 꼭 내 옷이나 물건들을 쥐어주고 간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에서 일까?


로슨리의 인터뷰 시간 


할머니 : 로슨니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2년 안에는 결혼을 해야 해요. 돈이 없으니까 합동결혼식을 시켜야 해. 그래야 내가 죽어도 짠드니를 보살필 사람이 생기지.'

 : 로슨리 결혼하고 싶니?

로슨리 :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만 있다가 도망가버림

...

그리고 정적과 눈물


아이들은 성숙해져서 열매 맺듯 영글어졌고 미소 또한 아직까진 여전했다.


하지만 그 미소를 나는 과연 지킬 수 있을까?



로슨리와 짠드니 그리고 나 


두 아이를 생각하면 글로 쓰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이 생각나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한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도 몇 번을 덮어버렸다. 그러나 덮으려 해도 덮어지지 않는 것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사랑한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였고 딸이었으며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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