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다
희열이었다. 그러나 잠시였다.
모든 일의 원인을 나도 모르게 내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한편으로 분노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누가 나 낳아달라고 했나?
취업을 잠시 미루고, 취업 프로그램을 위해 학원에 갈 때에도,
갔다 와서 밥을 먹을 때에도,
잠들기 직전에도 —
가슴은 자꾸만 조여왔다.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 왜 이런 공격을 받아야하지?
질문들이 머릿속을 뱅뱅 돌았다.
하지만 나는 꽤 자아강도가 강한 사람이었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이건 결코 내 잘못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못박았다.
누가 봐도 이건,
명백히 일방적으로 공격 당한 거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그들의 이혼?
나의 퇴사와 잦은 이직?
아니면 그저, 말 잘 듣고 사고 안 치면서
그렇게 조용히 커버린 나?
철저히, 할머니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가슴 속에서 부글부글, 불이 타올랐다.
나를 이런 상황까지밀어넣은 그들에게 화가 났다.
책임지지 않은 어른들.
버리고 떠나버린 사람들.
더는 남 탓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젠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살아야 했다.
그러니까 분노하고, 원망해야만 했다.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으니까.
어쩌면 나는, 죽을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보다 단단한 자아를 가진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정신력 때문에 —
그날도 스스로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 앞에서 오열하고
약을 처방받아가며
그렇게, 버틴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