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아 Oct 06. 2022

하고 싶은 일에 돈 쓰는 즐거움

남해 한 달 살기 후기

지난 3월, 코로나에 걸리고 계획했던 어학연수가 엎어지고 빵빵하게 채워두었던 트렁크를 다시 해체하고, 밤에 힘 없이 누워 있었다. 기분 전환하게 어디 한 달 살기라도 다녀올까 싶었지만, 내가 그래도 될까, 사치 같았다. 

그 밤,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책 일부를 낭독해주었다. 자기에게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가치를 점점 낮추는 것과 같으며, 좋아하는 일은 ‘사치’와는 다르기에 결국 어떤 가치로든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트렁크를 꾸려 남해로 떠났다. 뒤로는 편백나무 숲,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예약하고 한 달 동안 머물렀다. 그간의 시간들은 매일매일 일기로 기록해 여기 블로그에 올려두었는데,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느끼는 바가 또 다르다. 비록 한 달 동안이지만 짧고 강하게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먼저, 요리가 늘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주변에 식당도 거의 없고 배달 음식도 오지 않았다. 그 대신 방 안에 작은 주방이 있었다. 웬만한 요리 도구가 다 있는 주방을 보며, 스스로 해 먹지 않으면 굶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는 팬케이크나 식빵을 구워 먹고, 점심 저녁에는 찌개나 반찬을 해서 밥과 김치에 먹었다. 밥이 떨어지지 않게 미리미리 밥을 지어두고, 냉장고에도 기본 식재료인 두부, 계란, 버섯 등이 떨어지지 않게 신경 썼다. 이따금 밥이 물리면 먹을 수 있게 인스턴트 카레나, 라면 등도 사두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시간에 요리가 늘었다. 


두 번째로는 운동이 늘었다. 시골에서 달리 할 일이 없는 날엔 그냥 걸었다. 남해 남파랑길을 걷기도 하고, 주변 산을 오르기도 했다. 매일같이 한 달 동안 걸으니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도 집에만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답답했다. 제 발로 집 근처 천변에 갔다. 어느 순간 걷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서 뛰었다. 30분 동안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땀을 흘리면,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했다.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편이었는데(운동하면 몸이 닳는다고 생각했다) 운동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세 번째로는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물론 도시에서도 계절이 바뀌는 걸 알 수 있다. 추워진다, 더워진다, 벚꽃이 핀다, 능소화가 핀다, 낙엽이 진다, 눈이 떨어진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어느 날 툭 떨어지는 눈송이가 아닌, 매일 보는 것들의 변화로 계절을 알 수 있었다. 남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만발해 있던 노란색 유채꽃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초록색 대만 뻣뻣하게 키가 자랐다. 키 작은 복숭아나무에 달려 있던 진분홍색 꽃은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복숭아 열매가 맺혔다. 철쭉이 진 땅에는 양귀비꽃과 수국이 피기 시작했다. 산은 초록이 더 짙어지고, 냄새도 달라졌다. 시작점도 끝점도 없이 그저 변화하는 자연을 보니, 마음이 괜히 의연해졌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돈을 쓰라는 그 책의 내용은 사실이었다. 나는 이미 한 달 살기로 쓴 돈 이상의 가치를 얻은 것 같으니. :) 그래서 그 책의 내용을 아래에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고코로야 진노스케) 

94~96쪽


돈 쓰기를 아까워하면 더 큰 것을 잃는다


지금 ‘돈이 없다’라고 느낀다면 분명히 무엇을 하든지 돈 내기를 아까워할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남에게 돈 내기를 아까워하고, 그보다 더 자신에게 쓰는 돈을 아끼지는 않나요? 


‘하룻밤인데…… 이런 좋은 호텔에 묵을 필요는 없어.’

‘고속철 특실은 비싸니까 오래 걸려도 저렴한 걸 이용해야지.’

‘옷은 정말 멋지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저렴한 옷이면 충분해.’


위와 같이 생각하는 탓에 자신에게 돈을 쓰지 않습니다. 쓰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것을 선택하죠. 

자, 이렇게 자신에게 투자하는 돈을 아끼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사실 여기에는 엄청난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나에게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점점 낮추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점점 깎아먹고 ‘아깝다……’라는 말을 자주 씀으로써 스스로 가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드러냅니다.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접 나서서 어필하고 있는 것이죠. 

스스로 자신의 가치가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어느 누가 높은 연봉을 내어줄까요? 그런 사람은 지금까지 큰돈을 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비슷할 거고요. 그게 싫다면 자신의 평판과 가치를 높이면 됩니다. 그 방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돈을 좀 더 쓰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 즐거워하는 일, 신이 나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에 돈을 쓰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은 ‘사치’와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 하고 싶어도 돈이 많이 들까 봐 참았던 일이 있다면 일단 해보세요. 그러면 의욕이 솟아납니다. 의욕이 솟아난다는 말은 즐겁게 살고 있다는 말입니다. 즉, ‘나답게 살고 있다’는 뜻이죠. 자신에게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도 당연히 좋아집니다. 그러면 직업으로 하는 일에서도 올라간 당신의 가치에 걸맞게 돈이 들어올 겁니다.


돈이 없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할 때가 아닙니다. 갖고 싶던 옷을 산다거나, 해외여행을 떠난다거니, 취미활동에 투자한다거나 어떤 일이든지 좋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고 과감히 뛰어들어보세요. 그러면 그 결과로 돈이 당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말이죠!


이전 27화 혼자가 아니면 한달살기도 아니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