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
많이 사랑했고, 서로의 부족함을 어여삐 여겨주는 애틋함이 있었기에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사랑을 하는 것과 달리 사랑을 유지하는 것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그것도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나?
대답은 Yes 이기도, No 이기도 하다.
누가 사랑은 매 순간 타오르는 불꽃같다고 했다. 불은 존재가 아니라 현상이다. 물체가 열에너지를 만나 빛을 내는 현상. 사랑도 두 사람의 뜨거운 감정이 만나 피어나는 불연속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더 이상 태울 게 없으면 불도 사랑도 꺼지기 마련이다.
연애 초 혹은 신혼 때, 즉 애정이 충만할 때에는 타오를 장작이 넘친다. 그래서 노력이란 게 크게 필요하지 않다. 알아서 장작은 채워지고 불은 활활 타오른다. 새로움과 설렘은 잘 마른 좋은 장작이 된다.
시간이 지나 새로움은 익숙함이 되고, 설렘은 친근함으로 변한다. 이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익숙함과 친근함 같은 편안한 감정은 질 좋은 장작으로서 기능하진 못한다. 활활 타오르기보단 잔잔 불꽃을 만든다. 그리고 이 불꽃은 작은 바람이나 찬물 한 바가지에도 금방 꺼질 수 있을 만큼 연약하다.
우리의 불씨는 꽤나 오래전에 꺼진 거 같다. 사랑이 아닌 서로에 대한 연민과 정, 함께한 시간에 대한 아까움으로 버텨왔던 거 같다. 은은한 숯불 같은 사랑을 꺼지지 않게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 거였을까? 그리고 이런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어떤 거였을까?
먼저, 사랑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잘 마른 장작은 바로 인정의 말과 고마운 마음의 표현, 그리고 존중이다. 애정표현도 더해지면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효과일 거다.
인정의 말은 배우자가 하고 있는 노력을 알아주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고마운 마음의 표현과 연결된다.
- 매번 요리해 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 맛있어! 설거지는 내가 할게 좀 쉬어.
- 집안이 늘 깨끗한 게 너무 좋아. 매일 청소하느라 고생이 많지? 주말에 내가 도와줄 거 없어?
- 요즘 회사 평가 기간이라 신경 쓸 거도 많고 힘들지? 내가 두피마사지 해줄까?
이런 말들은 새로움과 설렘과는 다른 의미의 좋은 장작이 된다. 인정받고 있고 배려받고 있다는 다정한 마음을 느낄 때, 마음은 따스해지고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피어오른다. 상대방의 수고를 먼저 알아주고,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 수고를 함께 짊어지고 싶어 하는 마음. 즉 상대방을 나와 같이 소중한 존재로서 존중해 주는 것. 이러한 말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단단히 하고 서로를 더 소중히 대하도록 만든다.
(전) 남편과 나는 장난스럽게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주고받았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말은 아주 가끔씩만 했던 거 같다. 나도 이런 말을 자주 하는데 익숙지 않았고, 남편 또한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일정 부분 서로의 노력을 당연시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나도 이만큼 노력하고 있으니 배우자가 저만큼 노력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식의 생각. 그럼 안 되는 거였다. 결혼생활에서 당연한 건 하나도 없는 거였다.
내가 편하고 행복하다면 그만큼 배우자의 희생과 배려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잘나서, 성격이 좋아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란 걸 빨리 깨달아야 한다. 부엌이 냄새 안 나고 깨끗했던 건 남편이 배수구의 음식물을 모아 매일 출근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기 때문이고, 공과금이나 대출 이자 같은 소소한 귀찮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던 건 남편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소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내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건 배우자가 나 대신 큰 고민을 떠안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늘 배우자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 고민은 없는지 힘든 건 없는지 주기적으로 물어보고 함께 분담하려는 노력, 배우자가 해내는 일들에 대해 감탄하고 인정해 주려는 노력, 사랑받고 있고 배려받고 있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게끔 고마움과 애정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사이엔 점점 오해와 서운한 감정들이 쌓여갔던 거 같다.
노력 없이는 영원한 사랑도 없다. 사랑이란 건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변해버리는 얄팍하고 불완전한 감정의 연속임 알지 못한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실수이지 않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배우자를 비난하거나, 무시하거나, 잔소리하거나, 심하게는 폭언이나 욕설 등으로 모욕감을 주는 행위가 반복되면 약한 숯불 같은 사랑은 생각보다 금방 꺼질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잔소리도 어떻게 보면 상대방을 못마땅해하고 무시하는 행위이다. 안 좋은 태도로 잔소리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모욕감이 들게 한다면 사랑의 불씨를 꺼트리는데 주요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랑을 믿지 말고 노력을 믿어야 한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영원한 사랑을 보장해 주는 건 절대 아니다. 나도 이혼을 쉽게 결정한 건 아니지만, 예전보다 이혼에 대한 인식이 가벼워진 만큼 불씨가 꺼져버린 사랑은 이혼 엔딩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부디 헤어지지 않는 결혼을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인정의 말'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가려운 곳을 팍팍 긁어주듯 상대방의 힘듦을 알아차려 주는 배우자가 되기 위한 연습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칭찬의 말, 고맙다는 말은 하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입 밖으로 꺼내지는 게 아니다. 평소 차근차근 표현하는 습관을 쌓지 않으면 관성의 법칙에 따라 입은 늘 굳게 닫혀있기 마련이다.
애인에게, 부모님에게, 친구에게, 누구에게든 표현하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자. 잘 자리잡은 표현 습관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결혼생활 내내 잘 마른 장작을 제공해 사랑의 불씨가 오래오래 유지될 수 있게 도와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