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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란도나츠 Jul 24. 2024

짐승보다 못난 놈!


많은 욕이 가족이나, 성(性)과 관련돼 있거나, 혹은 짐승('개'가 많다.)에 빗대서 말하곤 한다. 저걸 다 합하면 더 참신하고 쓰레기스러운 욕이 되는 것이다. 보통 별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쓰는 욕인데, 최근 고양이도 키우고 개도 키우면서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가 사람보다 나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우리 집 앞 버려진 공터가 죽 높은 펜스로 둘러쳐져 있어서 (집 근처에 산이 있는 관계로) 야생 고라니나 너구리, 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된 곳이 있다. 우리 강아지도 나와 함께 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키가 아주 크고 뿔테 안경을 낀 데다 머리가 곱슬이고 하얀 피부에 깡마른 남성분이 펜스로 다가왔고, 강아지는 '큼큼'하면서 무섭다는 표시를 내며 거리를 두었다. 밝은 대낮인 데다 개도 한 마리 있지만, 나도 덜컥 겁이 났다. 뒤로 물러서던 강아지도 이젠 지지 않겠다는 투로 투지를 불태우는데, 혹시 나를 못 보고 이놈한테 해코지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 하고 일어났더니 웬걸, 나를 본 이 남자가 펜스를 향해 마구 뛰어오는 것이다. 그걸 본강아지가 (참지 않고) "왕왕!" 짖었다. 달려온 이 남성분은 강아지가 있는 방향을 향해 펜스를 코너킥하듯 차버렸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개 간수 잘하라는 듯이) 나는 눈앞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건에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씩씩대며 찾으러 나갔는데, 이미 그분은 증발한 뒤였다. 꺾인 펜스만이 사건이 실재했음을 증명했다.


대체 이게 뭔 일인가. 나를 똑바로 보고 발길질을 한 데 분노해 CCTV를 돌려봐 달라고 관리사무소에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고의적인 기물파손이다!), 견주인 나는 또 작아져서 30분을 그 남자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찾아다니다가 씩씩대며 집에 오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 강아지가 아주 기특한 것이었는데, 잔뜩 졸아서 아무 말도 못 한 나와 달리 그래도 '왕왕'이라도 짖어 결국 (제 나름의 생각으로는) 그 남자를 쫓아내 버린 것이다. 우리 집 개는 어미가 산골짜기에다 낳고 기르고 있는 것을 주민이 신고해 유기견 보호소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것을 집어온 녀석인데, 최근엔 '디즈니 재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주 귀엽게 자라났다. (표지 사진에 보이듯 귀가 한쪽만 서 있는 것도 매력포인트다.) 그러니까 '똥강아지-개보다는 강아지라고 하자'라는 것이다. (나도 남편도 어릴 적엔 할머니들의 '똥강아지'였던 만큼 우리 집은 그냥 똥강아지 집안이 된 것이다.)


저보다 약한 짐승에게 발길질이나 하고 사람이 나오니 도망간 것은 저보다 힘도 세 보이고, 덩치도 큰 사람에게 '왕왕' 짖은 우리 집 똥강아지보다 못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힘도 세 보이고, 덩치도 큰 사람에게 위협을 당하고도 아무 말 못 한 나보다 우리 집 똥강아지가 천배는 나았음이 틀림없다.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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