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 작고 소박했던 꿈은 아이를 출산하고 식구가 두배로 늘면서 어느새 끝을 모르는 욕망으로 바뀌어 있었다. 계속해서 부족한 점을 바라보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해야 한다고 느꼈다.
욕망을 채우려는 시도는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게 만든다. 나에게는 체력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받는 월급과 신용이 있었다.
나는 돈과 체력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갖고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이끌어내려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기 위한 알람은 어느덧 이른 새벽까지 앞당겨졌고, 늦은 밤 잠이 들기 전까지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고 느꼈다. 회사일과 육아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자기계발 서적을 읽고 또 다른 투자처를 모색하며 하루를 보냈다.
삶은 내가 노력한만큼 보상을 해주었다.
대출받은 아파트 한 채로 신혼을 시작했지만 지방의 소형아파트에서 시작한 투자는 점차 규모를 늘려가면서 다세대 건물을 매입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투자처를 서울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토지까지 발을 넓혀 서울 근교의 한적한 곳에 땅을 샀는데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전원생활 하는 모습을 꿈꾸기도 했다.
부부가 함께 이루어 낸 것에 보람을 느꼈고 무탈한 일상에 감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쑥 찾아오는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고, 해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의 유년시절을 충분히 함께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인생에도 적절한 때가 되면 변화의 시기가 찾아오는 듯하다.
취업이나 결혼, 출산은 기존의 일상을 뒤바꿔 놓았고, 이사, 승진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이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
하지만 첫째 아들의 팔 부상이 내 일생일대의 변화를 가져올 주요한 계기가 될 줄은 당시는 전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