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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Feb 12. 2020

시골 같은 도시의 여백

여백이 넘쳐나는 아이들의 삶

도시의 풍족한 자원을 맘껏 누리면서 시골의 여유를 누릴 수 있을까?

잘 찾아보면 그러한 곳이 분명 존재한다.

약간의 혹은 상당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지만, 분명히 가능하다.


나는 도시형 삶을 좋아하면서도 시골의 여유 있는 삶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시골의 지루함은 마음에 들지 않고, 도시의 너무 바쁜 삶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한국의 아파트의 삶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는 반대이다.


삶의 거주지를 단순히 투자의 목적으로 삶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너무 촘촘히 모여사는 삶의 방식은 왠지 모를 답답함에 맘이 영 내키지 않는다.


특별히, 아이들 셋을 키우기에는 시골이 최적의 장소인 것은 분명한데..

아이 셋을 키운다는 건 경제적, 교육적 환경도 중요하므로 단순히 아이들에게 시골이 좋다고 결론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도시에 살면서 시골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장소를 열심히 찾았었고

그러한 최적의 장소를 찾아서 우리의 삶의 보금자리를 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을 일주일 쉬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설 연휴 이후로 계속 쉬었다.

덕분에 일하면서 아이들보느라 몇 번씩이나 폭발했지만

어떻게 극복했는지 나는 다시 일어났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평온한 상태까지 이르렀다.


그래.

숨이 꼴깍꼴깍 넘어갈 것 같은 순간을 그냥 묵묵히 지나고 나면

시간이 그러한 상황들을 해결해 준다.


물론, 내가 그 상황에서 어제보다는 이전보다는 더 발전된 모습을 스스로에게 보여줄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하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린 다는 건 현재의 나로서는 내공이 부족함을 고백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실내로 갈 수도 없고,

집안에서 계속 있으니 너무나 힘들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입혀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첫째는 자전거

둘째, 셋째는 킥보드를 타고.


주위에 사람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없는 것이 아니고,

원래 이렇게 없다.

완전 시골 같은 풍경이지만..

그래도 차로 10분이면 지하철역이 나오는 도시에 살고 있다.



가끔 아내 아이디로 맘 카페에 들어가서 눈팅을 한다.

왜 맘 카페는 남자는 가입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남자들이 육아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는 맘 카페에서 남자들도 가입할 수 있게 오픈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빠들이 운영하는 카페도 있긴 한데,

사실 운영이 안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정보도 없다.

고급 정보와 유용한 정보는 맘 카페에 다 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하여 엄마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살펴보니..

집에만 있어서 답답하고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

그리고 어디에 데리고 가기도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괜히 뿌듯해한다.

집 밖에 나와서 산책도 할 수 있고

자전거와 킥보드를 아무 걱정 없이 탈 수 있는 현재의 환경에 스스로 잘 선택했다고 자부심을 가져본다.



때로는 외로움도 있다.

주변에 엄마들, 아빠들과의 네트워크가 없으니 정보교환이 안된다.

그런데 정보교환이 필요하지만, 그 정보의 내용이 그다지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역시나 잘 선택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한다.

다행히 아이들이 셋이나 되다 보니 자기네끼리 잘 지낸다.


물론 싸우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싸워서 영영 헤어지는 거에 비하면 아이들의 싸움은 더 친근함을 위한 절대적인 과정임을 보게 된다.


도시의 삶에 시골의 여백을 심어놓는 것은, 도시를 더욱 활력 있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아이들의 삶에는 여백이 넘쳐난다. 그들은 자유롭고 선택의 폭이 넓으며 분쟁 속에서도 쉽게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실천한다.

어른들의 삶에는 여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점점 더 제한되고 선택의 폭은 좁아지며 한번 분쟁이 일어나면 해결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조금 불편하더라도 도시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서 시골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곳에 지낼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큰 행복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고요함 속에서

자연의 소리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행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을 손에 쥐고 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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