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NICU(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저희 부부에게 가장 간절했던 단어는 '퇴원'이었습니다.
하지만 1kg도 안 되는 체중과
삐-삐하며 연신 울리는 산소호흡기의 경보음을 듣던
입원 초기에는 상상도 안되던 단어였죠.
NICU에서 퇴원이 가능하려면
1) 체중 2.5kg 이상
2) 매일 체중이 증가
3) 주치의 선생님의 판단
3가지의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가능했기에
더욱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입원한 지 80일째,
이제는 퇴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도 언제쯤 퇴원할 수 있다는 확답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많다고 이야기해 주셨기 때문이죠.
아직 하이플로우(간이호흡기)를 하고 있지만
체중도 2kg가 되었고
힘이 없어 폐에서 장으로 넘어가던 공기의 양도 확연히 줄었기에
호흡도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가 찾아옵니다.
어제부터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던 아내와 첫째가
새벽부터 고열이 나기 시작했고
검사 결과, 코로나 확진을 받게 됩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둘째 면회'였습니다.
코로나가 걸린 부모의 면회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에 저도 코로나 검사를 해보았고, 다행히 비확진 결과가 나옴에 따라
아내, 첫째와의 자발적 격리를 시작했습니다.
둘째와 가족 사이에 물리적 연결통로는 아빠인 제가 되었고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건강한 신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하여 둘째와의 찐한 면회시간이 시작됩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축복과 응원의 기도를 해주며
하루, 또 하루 둘째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죠.
하지만, 저에게도 둘째에게도 아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나날들이었습니다.
둘째는 저를 쳐다보다가도 엄마가 어디 갔는지
눈을 돌려 확인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죠.
아빠, 엄마 어디 갔어요?
저 또한 혼자 병원을 돌며 기도하니
오른편 아내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짧은 듯 길었던 일주일이 지나고
아내와 함께 면회를 가던 날을 기억합니다.
둘째의 표정이 확연하게 밝아졌기 때문이죠.
조금은 서운(?)하긴 하지만
아이와 엄마의 끈끈함은 그 무엇으로도 뗼 수 없음을 다시금 느낍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단어는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