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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Jan 11. 2024

이재명 대표의 23분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48)

(사진 출처-카카오 맵)


지난주엔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 이 대표가 내려와 현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 지지자를 가장한 60대 남성에게 흉기 피습을 당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이어진 부산대 병원 패싱 문제, 헬기 이송 문제에 대해선 말하지 않으련다. 그것들은 이미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많은 언론과 이해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중에서 가장 힘이 없는 소방의 입장에선 더욱 할 말이 없다. 제1의 거대야당 대표의 생명이 오가는 마당에 구급차나 헬기로 어느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높은 분'들의 지시가 떨어진다면 거기에 대놓고 '원칙이 이러저러해서 못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소방관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말하고 싶고, 또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이재명 대표가 피습을 받고 쓰러져 119에 신고가 된 지 23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다는 것이다. 23분!, 골든 타임을 훌쩍 넘긴 그 시간은 어쩌면 이재명 대표가 흉기로 피습을 당한 부위가 정맥이 아니라 동맥이었다면 당연히 사망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손으로 눌러 지혈을 할 수 있는 경정맥과는 달리 지혈이 불가능한 경동맥-동아일보 펌)


위에서 보듯이 경정맥과 경동맥은 거의 같은 위치에 있다. 이 대표가 경정맥이 아닌 경동맥을 찔렸다면 아마 부산대 병원 패싱이나 헬기 이송과 같은 이슈는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아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https://youtu.be/36H2nOojsuY?si=NtogX6GyItpMNtBm

(이재명 대표의 피습에서 이송까지, 그 급박했던 순간들)


이 뉴스에 나온 대로 부산 가덕도에는 구급차가 없다. 119 안전센터도 없다. '가덕도 지역대'라는 곳에 경형 산불진화차-산불이 났을 때 초기 진화를 위해 임도나 산길도 다닐 수 있게 만든 소형 산불진화용 소방차-만이 한대 있고 여섯명의 소방관이 돌아가며 2명씩 3교대로 근무하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거의 나 홀로 소방관인 셈이다. 뉴스에선 경형 산불차가 먼저 도착했다고는 하지만 거기엔 구급대원도 없고 구급장비도 없기 때문에 전문적인 응급처치는 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녹산 안전센터와 신호 안전센터의 구급차가 다른 곳에 출동을 나가 있어서 20km 떨어진 지사 안전센터의 구급차가 올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23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그럼 이 가덕도라는 섬은 과연 어떤 곳일까?


면적은 20.78 km2, 둘레는 36km로 부산에서는 두 번째로 큰 섬이고 부산에서 유명한 영도보다 크다. (그런데 도에는 1개의 소방서와 4개의 안전센터가 있다.) 그리고 인구수는 2019년 기준 대략 3670여 명이다.(하지만 신공항 건설이 예정됨에 따라 까페와 음식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서 현재 인구는 그때보다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주말에 몰리는 관굉객들과 거가대교 이용자까지 생각하면 무시못할 숫자가 나올 것이다) 인구는 적지만 면적은 상당히 큰 이 섬에, 더구나 몇 년 후엔 동남권 신공항이 지어질 거라고 기대되는 이 섬에 소방 119 안전센터도 없고 구급차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낯설게 다가온다. 그런데 난 이 섬에 대한 소방관의 추억(?)을 또 하나 가지고 있다.


2010년 겨울쯤이었던 것 같다. 이 뉴스에서 등장하는 녹산 119 안전센터(강서소방서)에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그때는 거기서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거의 구급출동이 없는 가덕도에서 구급출동이 걸렸다. 한 할아버지가 고열에 기침과 콧물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김반장 님은 긴장하며 구급차에 올랐다. 그런데 그런 환자의 상태와는 달리 우리를 또 긴장하게 만든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가덕도에 있는 환자의 위치까지의 긴 거리와 도로 상태였다. 거리도 거리일 뿐 아니라 당시엔 비포장 도로도 많았고 차 두대가 교행(交行)이 안 되는 폭의 도로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도로를 가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만나면 구급차인 우리도 얼마나 후진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길 중간에 집이 한 채 있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를 지나가려면 집 지붕과 닿을락 말락한 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내려서 구급차를 봐주어야 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알아서 웬만하면 구급차를 안 부르지 않았나 싶다.-


천신만고(?) 끝에 환자에게 도착했지만 내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구급차 환자석에서 응급처치를 하며 병원까지 가는데 그 할아버지가 끊임없이 기침을 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에게 마스크를 씌워드리고 나도 마스크를 하긴 했지만 연신 터져 나오는 그분의 기침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출동해서 거기까지 가는데 30분, 섬을 빠져나오는 데 30분, 시내에 있는 병원까지 이송하는데 30분, 꼬박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겨우 병원에 도착해서 할아버지를 의료진에게 인계하고 마스크를 벗는데 그 상쾌했던 공기가 아직도 기억난다.-다행히도(?) 그 후에 신종 플루는 걸리지 않았었다.-


지금은 가덕도 신공항이 이슈가 되고 나서 그곳의 도로사정은 아주 많이 좋아졌다.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생기면서 자동차를 타면 금방 가덕도를 가로지를 수 있다. -그래서 지사 안전센터에서 출발한 구급차가 이재명 대표가 쓰러진 대항 전망대에 23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다. 그곳엔 아직도 소방 119 안전센터도 없고 구급차도 없으며 제대로 된 병원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3700여 명의 주민 역시 제대로 된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시민이자 국민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곳에서 누군가 이재명 대표와 같이 불상사로 동맥이 파열된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곳에서 우리 국민이 모두 누려야 할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죽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민주주의의 후퇴이며 불상사이긴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아직 많은 곳에 산재해 있는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런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신공항 건설보다도, 총선 승리보다도 더 시급하고 중요한 정치인들'높으신 분'들의 목표와 과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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