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기로 했는가

by 팔이년생청자켓

어느덧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현재, 이른 새벽 칼국수와 만두피를 생산하는 일과 저녁에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수입은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아내가 함께 벌고 있어 한 달 빠듯하게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엔 학원도 폐업을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 칼국수와 만두피는 계속 만든다고 하더라도 다른 수입원이 꼭 필요하다.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그렇다고 하나 뿐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치킨집을 해보기엔 두려움이 앞선다.(사실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치킨집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건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닌데.’(누군들 원하겠는가.) 이병헌 감독의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에서 천우희 배우의 대사가 생각난다. “돈은 계속 없는 거야.” 대다수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풍자한 것인데 한 때는 웃음이 나고 위로가 되었지만 이젠 전혀 그렇지가 않다. 대체 뭘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준비’라는 말도 어울리진 않는다. ‘준비’는 뭘 할지가 정해진 상태에서나 쓸 수 있는 단어다. 이 답답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나도 글을 써보기로 했다. 뭐 대단한 글감이 있어서도 아니고, 살면서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다.(나 또한 그리 생각해 본 적 없다.) 지금도 뭘 써야 할지 모른다. 다만 글쓰기라는 것은 일단 돈이 안 든다. 한글 빈 문서 하나 켜 놓고 연신 키보드를 두드리다보면 어느새 빈 공간이 글자들로 채워진다. 포토샵처럼 프로그램을 따로 익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당장 돈이 될 일은 없어 보인다.(나중에라도 돈이 될진 잘...) 아무튼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말들을 글로 써보기로 했다. 단 한 줄이라도 매일 써 내려가 보기로 했다. 답도 없는 질문에 어떻게든 답을 해보고자 한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들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것(한글 프로그램의 기능)은 신경쓰지말자. 지금껏 형식에 얽매여 시작부터 완벽해야한다는 생각에 시작조차 못 해본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탈자 수정은 나중에 나~~~중에 해도 아무 상관 없다. 어느 눈먼 출판사가 내 글을 책으로 낼 수 있겠다는 희대의 오판을 한다면 그때나 필요한 일이다. 지금은 새벽에 열심히 칼국수와 만두피를 만들고 오후엔 한글의 빈 여백에 조잘조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다 저녁엔 몇 안 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집에 오는 걸로 하루하루를 보내자.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