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 줄 알았던 상처

by 팔이년생청자켓

내 오른손 엄지손가락 손톱 끄트머리에 언제부턴가 갈라져 붙지 않는 상처가 생겼다.(웬만하면 사진을 올리지 않고 글을 써보려 했는데 상처 부위를 정확히 설명하기에 내 필력이 너무 달린다. 보기 좋은 사진도 아닌데 죄송하다.)

그 상처가 벌어지면서 나는 건조하고 추운 겨울이 왔음을 알 수 있다. 달갑지 않은 상처다. 5mm도 안되어 보이는 이 작은 상처가 벌어지면 일상생활이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해진다. 물에만 닿아도 꽤나 짜릿한 통증이 온다.(겨울만이라도 설거지를 피하고 싶지만 아내는 고무장갑을 사용하라는 현명한 조언을 해준다. 네가 뭘 알아. 설거지는 맨손으로 해야 제 맛이라고.) 처음엔 겨울이 지나고 봄에 새싹이 돋아나듯 돋아난 새 살 덕분에 이 상처가 다 아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년 겨울만 되면 다시 ‘까꿍’하고 얼굴을 내미는 이 상처는 붙지 않은 채로 그 위에 새 살이 그저 덮고 있던 것 뿐이었다. 마흔을 넘어가니 회복력도 느려지고 낫지 않는 상처들도 생긴다.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들 중 일부이니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예전’생각이 자꾸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이 상처를 나의 일부로 받아드리고 난 이후로 알게 된 것이 있다.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든지 낫기 힘든, 낫지 않는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땐 꼭 나 아프다고, 나 여기에 상처가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 아내에게, 남편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하다못해 어디 익명게시판에라도 올려서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은 줄 알았던 상처가 고개를 내미는 겨울이 왔을 때 또 혼자서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상처인 줄 모르고 더 벌리고 후벼팔 수도 있다. 내 상처를 얘기하는 것은 내가 나약해서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우리 얘기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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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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