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아르바이트로 번 돈, 4대 보험을 떼고 나니 이전 직장 월급의 반에도 못 미쳐...
현실은 혹독하다. 최저시급의 세계! 계약서를 쓰기 전에도 월급 이야기는 합의된 사항이기는 하나 근로계약서를 쓰고 보니 와닿는 월급의 양. 작고 소중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보다. 3으로 시작하는 월급을 받다가 1로 시작하는 월급을 보자니 약간은 몽롱해지는 마음.
침착하고 일단 월세 도시가스 관리비를 떼고, 교통비, 각종 요금 및 보험을 빼고 보니 적어도 월에 20만 원 정도는 남지 싶다. 흠. 마이너스만 아니면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돈이 아쉬운 부분일 순 있겠으나 결과적으론 나는 일주일차 병원 알바생활이 꽤나 마음에 든다.
일단 함께 일하시는 분과 고객들이 모두 젠틀하시고 친절하시다. 단기알바라 눈칫밥 먹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그리고 공공기관에서는 고객에게 늘 '이러시면 안 되고 저렇게 하셔라'라고 해야 하는 위치였는데, 여기 병원에서는 '불편한 건 없으신가요?'라고 묻는 위치이다 보니, 싫은 소리 잘 못하는 내게 오히려 적성에 맞는 것도 같다.
또, 머리를 쓸 일보다는 몸 쓸 일이 많다 보니, 부지런하게 환자분들을 도와주면서 '일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이전 직장에선 퇴근을 하고 나서 집에서 책이라도 읽으려고 하면 마음이 심란하고 머리가 복잡해 글이 잘 안 읽혔었는데, 알바는 머리를 쓸 일이나 책임을 질 일이 없으니 마음이 편해져서 저녁에 책도 읽고 공부도 한다.
게다가 짧은 근무시간 덕에 회사 다닐 때에 비해 저녁시간도 넉넉히 가질 수 있다. 매일 제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곧 워라밸임을 알게 되었다. 저녁에 약속을 잡아도 퇴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노심초사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고 있다.
그 외에도 월급루팡을 보며 열불낼 일도, 실수해서 징계 먹을 걱정도 없고, 쓸데없는 업무분장 기싸움도 안 해도 되며, 팀장님께 언제 결재를 받을지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는 등 수많은 장점들이 있다.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월급 절반을 포기해서 얻은 대가로 충분하고도 남는다. 스트레스가 없으니 굳이 전 직장과 비교되거나 후회하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다. 밖은 지옥이라고? 거짓말.
사실 이런 생활이 만족스러운 것은 끝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안다. 평생 이 업무를 한다면 급여도 업무내용도 결코 만족스럽진 않았겠지. 하지만, 지난 회사생활에 일과 사람에 지쳐버린 내가 리프레시를 하기에 참 좋은 곳이 아닌가 싶다. 느끼고 배우는 게 많은 아르바이트 생활이다. 앞으로 어떤 미래를 펼쳐낼 지도 참 기대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