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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vs. 퇴사

by 고정문


회사가 힘든 사람들이 퇴사에세이와 점집을 기웃거린다는 걸 잘 안다. 내가 그랬으니까.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얻고 결정을 내리고 싶기 때문이다. 퇴사하고 다른 도전을 했을 때 잘 될 거라는 확신. 회사만큼 지옥은 없다는 확신. 하지만 그런 확신이란 게 있을 리가 없다. 퇴사도 회사도 다 좋으면서 다 힘들다.


나도 퇴사가 마음속에 들어온 그날부터 회사에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는 그날까지 마음에 분심이 굉장히 많이 일었다. 그래서 여러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고, 자기 계발서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셀 수도 없다.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 그만두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몇 개를 적어보았는지 모른다.

사직서를 내고 나서도, ‘다른 부서에서 내년쯤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조금 더 버텨보지 그러냐’는 이야기, ‘회사를 대충 다니면서 일명 ‘조용한 사직’을 하라 ‘는 이야기 등 주변에서 더 나를 흔들곤 했었다. 그 모든 순간 나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불안에 떨었다. 내게 회사 마지막 날까지 100퍼센트의 확신은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퇴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한 확신이 생겼다. 퇴사로 인해 얻은 것들에 만족하면서, 퇴사로 인해 잃은 것들이 아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퇴사’가 후회되는 선택이 될지 모르겠으나, 나에겐 퇴사로 얻은 시간적 공간적 자유가 월급보다, 쾌적한 사무실보다, 동료들과의 메신저보다도 좋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 하고 싶은 장소에서 하고 있는 나. 이미 꿈을 이룬 것 아니겠는가. 정말이지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 행복한 삶이 지속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어찌 좋지 아니하겠는가..!



하지만 내가 퇴사를 안 하고 회사에 쭉 다니기로 결정했다면, 아직도 방황하고 있을까? 혹시 모른다. 오히려 이맘때, 똑같이 회사에 확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기들과 저녁때면 술 한잔으로 회포를 풀고, 성과급으로 명품가방을 사고, 법인카드로 소고기를 사 먹으며, ‘아, 회사 다니길 잘했어.‘하고 생각할지도.

맡은 일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끼면서, 새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본받고 싶은 멋진 선배가 되어 자아도취를 하며 지낼지도.

상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게 되고, 업무분장을 철저히 하고, 일도 더 많이 배우면서 전문성도 키우고, 그런 나의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을 하며 지냈을지도.


그것도 아니면 ‘조용한 사직’에 성공하여, 워라밸을 짱짱하게 챙겨가며 작가로서 성공하게 되었을지도. 이 또한 어찌 좋지 아니한가!



확신이라는 건, 어차피 나의 마음가짐인 것 같다. 퇴사도 회사도 모두 옳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거나, 나의 마음먹기에 따라서 잘 되고, 잘 안될 뿐이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지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바꾸고 싶은데 바꾸지 않는 것, 떠나고 싶은데 떠나지 않고, 그렇다고 받아들이지도 않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불행은 대부분 그런 몸부림과 혐오감 때문이다.

-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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