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대신이 없다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
유독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갈구했던 나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리움이 너무도 컸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컸다. 늘 장남과 결혼해야지 했다. 내 마음대로 장남과 결혼을 했다. 시아버지는 나의 국민학교 시절의 아버지보다 연세가 적으셨다. 와 좋다. 기쁨으로 다가왔다. 소원이 있다면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었다.
다정다감한 아버지를 원하고 바랬던 나.
현실은 너무 달랐다. 너무 대조적인 성격이라 감당하기 힘든 상대였다. 사랑은커녕 삿대질에 막말 쫓아내기나 하는 시아버지 나의 착오였다.
사랑은 대신이 없다. 한 사람에게서 받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때는 이미 늦었다. 나의 착각은 현실의 나를 더 힘들게 할 뿐이었다. 사랑을 받을 거라는 기대 나의 헛됨을 알게 해 줬다. 사랑에 갈증에 더 한 목마름만을 느껴야 했다.
시아버지의 죽음 앞에 나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이젠 기대고 싶었던 사랑도 사라졌다.
최선을 다해 난 3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손님을 접대하고 쓰러지면서도 장례에 대한 모든 뒷수습을 했다. 아들 셋은 그냥 손님 접대만 하고 뒤처리 비용처리 음식 시키고 주방 관리까지 아버님 친구분들이 오시면 나도 모르게 한없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내 할 일은 다했다. 어렵다는 장례절차를 혼자 했다. 결제까지 모두 정산까지도 말이다.
숨도 쉬지 못하고 쓰러진 나를 걱정하실까 응급실에 가서 링거와 안정제를 맞고 견뎌야 했다.
화장터에서 시아버지한테 편지를 썼다.
사랑하고 사랑하고파던 시아버지님께
딸과 아버지 사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젠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네요.
아버지 품에 안겨 울고 싶었고, 기대고 싶었습니다.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아버지와 딸로 태어나 꼭 안아주세요.
좀 더 다정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래도 아버지란 이름을 부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히 쉬세요.
언제 꿈에라도 오시면 꼭 한번 안아주세요.
이런 내용의 편지를 쓰며 마음을 추슬렀다. 한 줌의 재로 안긴 시아버지의 삶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고 또 울고 쓰러지며 끝까지 버텼다.
아버님은 살아생전 당신의 고집으로 인해 자신만의 새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사시다 가셨다.
시어버지는 묘도 만들지 않고 할머니 묘 자리 옆에 잠시 안장을 했다. 어머니께서 어른들 묘를 전부 한 군데로 모시려고 하셨기에...
살아서도 작은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시고 또 죽어서도 귀퉁이를 차지하는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큰 소리로 악을 쓰며 울었다. 어느 누구도 아닌 제일 힘들고 무시당한 나 혼자서 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시아버지를 그렇게 모시고 나서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사우나를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떠난 사람은 떠나고 산 사람은 여전히 삶을 살아가야 하기에
시아버지를 절에 모시고 7재를 보내는 동안 나는 매주 세 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다니며 시아버님의 안녕을 고했다.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시아버지를 모신 곳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꿈에 절로 찾아오신 아버님은 진짜 약속을 지키셨다. 나를 다정하게 꼭 안아주시며 큰 선물 상자를 받는 꿈을 꾸고 깼다. 아직도 궁금하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를...
천도재를 지내 드렸다. 귀신이 보인다는 딸을 위해 난 최선을 다해 빌었다. 제 발 딸아이의 병을 거두어 가져 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드렸다. 진짜 서지 못할 정도로 열의를 다해서 기도를 올렸다.
나의 기도가 어르신들을 감동시켰는지 난 천도재를 올리고 난 뒤에 꿈을 꾸었는데 아주 맑은 물이 흐르는 강물에서 여인이 춤을 아름답게 추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안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그 꿈틀거리는 것이 힘들게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참 이상했다. 그 후로 딸은 잠꼬대를 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사라졌다 참 신비스러웠다.
아버지에 대한 부성애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떤 결이 같은 사랑일지도 대신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