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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Oct 28. 2019

달성 못하면 나가겠습니다

당신이 창업하면 만나는 사람들

달성 못하면 나가겠습니다


독불장군 같이 나한테 다 맞추라는 대표이사의 시대는 끝났다. 그래서 직원의 성격을 알고 있으면 조직 운영과 인재 관리에 있어서 상당히 유리하다. 내향적인 사람과는 일대일 면담을 통해서, 외향적인 사람과는 전사 직원 모두 앞에서 칭찬을 해주고 도전적인 목표를 건네주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성격을 내향성과 외향성으로 나누기는 불가능하며, MBTI의 16가지 유형 또한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항상 조직에는 아웃라이어가 존재하고, 그 아웃라이어를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서 조직문화가 형성된다. 


창업을 하고 대표이사가 되면 그전까지 만나보지 못한 유형의 생소한 성격의 사람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향성의 사람이지만 일을 추진할 때는 외향성의 옷을 입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대학원과 대기업 생활을 할 때, 도전적인 목표를 좋아했지만 나의 윗사람에게 폭탄발언을 해보진 못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맡겨지면 꼭 해내겠다라고는 하지만, 내가 다 책임진다는 말은 조금 건방지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창업 6년 차 정도 되었을 때, 나와 위로 10살 정도 차이나는 영업직원이 계속 실적을 못 내는 상황이 있었다. 그 직원은 대화 스타일도 부드럽고 차분히 묵묵히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었는데, 몇 분기 동안 지속된 본인의 실적 악화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딱 봐도 보였다. 나는 전략이나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보고, 압박도 줘보고, 달래도 보는 식으로 그 직원을 관리하고 있었으나 나 역시 실적이 나지 않는 그 직원의 성과로 인해 답답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직원이 주간 회의가 끝나고 일대일 자리에서, “이번 분기도 성과 달성 못하면 나가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떠올랐다. 일단은 이 직원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정말 마지막 힘을 다해서 한번 해보겠다는 각오가 느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더 이상 압박을 주지 말라고 폭탄 발언을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조금 괘씸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서로 합의한 목표를 위해 같이 고민하고 있던 상태였고 목표 달성을 못하면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되는데, 이것은 마치 여기까지만 해보고 도망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직원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사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에 대한 해결책은 너무나 어렵고 조직의 규모와 당시에 상황에 따라 너무 다양하다. GE의 잭 웰치 회장처럼 매년 하위 10%의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가? 내가 직원으로 잠시 몸담았던 A그룹도 희망퇴직이라고 불리는, 실상은 권고사직인 제도를 통해서 매년 몇 백 명씩 하위 성과자를 정리한다. 그에 반해 역시 잠시 몸담았던 B그룹은 아무리 나쁜 성과를 내더라도 절대로 사람을 자르지 않았다. 그리고 하위 성과자를 오랫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창업기업과 스타트업은 “수습제도"의 모호함을 이용해서 3개월 만에 해당 인력의 자질을 판단하고 권고사직하기도 한다. 


즉, 하위 성과자에 대한 대응방안은 조직의 문화에 맞게 대응하면 되는데 사실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이다. 창업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고른다면 무엇일까? 아이템은 아닐 것이다. 많은 초기 창업 대표들은 아이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비밀 유지를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지만, 사실 사업을 하다 보면 피봇(일종의 사업 방향 및 아이템 전환)을 하기도 하고, 같은 아이템으로 시작한 기업의 성과가 너무나 다를 때도 있다. 그럼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이역시 상당한 자금력을 갖고 있었지만 실패하는 기업 사례를 보면 정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타이밍"이다. 내 아이템과 관련된 서비스와 기술의 트렌드가 부합되고, 고객의 니즈까지 만나는 타이밍이 오면, 좋은 팀이 없어도 많은 자금이 없어도 쉽게 성공하곤 한다. 하지만 이 타이밍은 예측 불가능하다. 사업 시작하자마자 일수도 있고, 3년 후 5년 후 일수도 있다. 그래서 이 타이밍이 올 때까지 견디고 버텨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좋은 팀이라고 본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팀을 이루고 생존하다 보면 타이밍이 오거나 타이밍에 맞는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다. 그래서 당장 몇 분기의 실적보다는 좋은 팀을 이루는데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대표에게는 성과에 관해서 호언장담하는 직원보다는, 함께 상황을 고민하고 우리의 페인 포인트를 찾아내어서 타이밍이 올 때까지 회사를 지속 가능하게 도와주는 직원이 필요하다. 성과를 달성 못하면 퇴사하겠다고 하는 직원은 향후 성과 압박이 심해지면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직원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다른 직원은 본인의 성과 압박 때문에 방문도 하지 않았던 고객사와의 계약건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을 들켜서 퇴사한 적도 있었다. 그전까지는 실수를 하거나 자기주장이 강해서 나와 싸웠던 직원은 있어도 이렇게 비윤리적인 행동을 보인 직원은 처음이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었다.


David Welsh는 Reconceptualizing goal setting's dark side에서 성과목표보다는 학습목표를 사용할 때, 직원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피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다. 즉, 성과 압박이 없을 수는 없지만 성과에 이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을 목표로 측정하면 좋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계약 실적보다는 미팅 성공률 같은 지표, 즉 과정에 대한 목표인 것이다. 오로지 성과만 강조하다가 이에 호언장담하는 직원이 포기하고 실제로 퇴사하게 되면, 회사의 이직률에도 안 좋은 영향이 간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장의 실적보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이러한 직원은 상당히 리스크가 큰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포기하고 퇴사하면 이것이 책임지는 태도인가? 초기 창업기업은 한 명 한 명의 맨파워가 너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개개인을 위해서 대표가 쓰는 시간과 에너지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즉, 몇 달 동안 대표도 그 직원을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이제 일을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성과 달성 못했다고 그만둔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이다.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인 것이다. 실패는 그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조직이나 직원 개인도 성장할 수 있다. 오히려 자주 작게 하는 실패는 리스크를 줄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는 그동안 겪었던 경험과 노하우가 단절되고 소멸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그 직원이 좋은 인재이고 계속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위에서 언급한 학습목표를 제시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잘게 쪼개고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서 무조건 다음 성과 측정 시기에 목표를 달성하게 하자. 목표를 달성한 직원 개인에게도 좋을 뿐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에도 성공 경험은 두말할 필요 없이 긍정적이다. 잦은 실패와 성공은 큰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직원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하도록 같이 고민하고 행동해주자. 목표만 다시 만들어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 직원은 막다른 골목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호언장담을 했을 것이고 슬럼프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능하다면 밀접하게 붙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 주고, 그 공은 직원이 다 차지하도록 사람들 앞에서 칭찬해주자. 그렇게 된다면 실제 이 직원이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물론 돈으로 살 수 없는 직원과의 신뢰 또는 로열티를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물론 이와 같은 노력을 모든 사람에게 하는 것은 조직과 대표이사의 리소스 낭비이다. 우리 조직에 맞지 않는 인재라면, 목표 달성 못하면 퇴사하겠다고 말하는 시점에 바로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없게 그리고 과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대우(휴가와 퇴직금, 위로금 등)를 해줘서 조직에 대한 좋은 인상이 남게 하는 것은 필수이다. 그리고 반드시 업무 인수인계 매뉴얼은 아주 상세하게 남기게 해야 한다.

명심하자. 당신은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는 구멍가게를 만들려고 창업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 것이고 더 큰 성공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조급하게 성과를 측정하고 판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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