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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Nov 01. 2019

앞으로는 더 이상 직장생활이 불가능할 듯합니다

당신이 창업하면 만나는 사람들

앞으로는 더 이상 직장생활이 불가능할 듯합니다


요즘은 퇴사의 시대라고 한다. 젊은 세대 중에는 더 이상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흔히 Z세대라고 표현되는 연령층은 회사를 절대로 기여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로 면접에서 나이가 어린 지원자들에게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싶나요?”라고 질문하면, “B2B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배우고 싶습니다.”와 같은 답변을 한다. 즉 우리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업계에서 어떤 업무를 통해 특정 역량을 배우고 싶다고 답한다. 회사에 성과를 만들어서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얻어가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회사의 성과는 경영자가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요즘 직원들의 생각이다. 특별히 좋다 싫다 느끼지 않는다.


그만큼 요즘 직원들은 직장에 몸 바쳐서 노동소득 극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소확행이나 욜로 같은 단어가 말하는 바처럼, 본인의 삶이 우선이고 회사는 이를 위한 도구 일 뿐이다. 그래서 예전보다 본업 이외에 사이드 프로젝트, 투잡을 통해 추가 소득을 얻어서 인생을 즐기려는 시도가 아주 활발하다. 에어비앤비나 셰어하우스가 인기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퇴사'라는 단어에 주요 연관검색어를 보면, ‘실업급여', ‘월급 독립', ‘퇴사 사유' 등이 나온다. 그만큼 퇴사 이후의 삶이 걱정되는 것이다. 



나 역시 창업 전에 두 번의 퇴사를 1~2년 간격으로 경험해봤다. 나의 퇴사와 창업의 이유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길게 설명했지만, 조금 더 주도적인 삶을 원했던 것이 핵심이다. 항상 주도적인 업무 경험에 관한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창업 이후 회사 직원들에게 가능한 많은 권한을 주려고 노력하였다. 인턴일지라도 프로젝트를 리딩 해보거나 주요 외부 고객사와의 업무에 참여한다든가, 회사의 이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름도 들어간 콘텐츠를 발행한다든가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항상 퇴사자는 존재했고, 퇴사의 이유는 다양했다. 실제 요즘은 퇴사의 시대이고 확실히 직원들은 예전보다 퇴사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퇴사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퇴사자가 전보다 많이 생겨날까? 난 항상 이것이 궁금했다. 퇴사로 인한 공백과 시간 낭비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퇴사 면담 시에 그 이유를 알아내려 노력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수 없이 개선하려고 시도하였다. 물론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사유도 있었고, 나 조차도 납득 가는 사유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직원의 퇴사 사유는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소개했던, “앞으로는 더 이상 직장생활이 불가능할 듯합니다.”이다. 10년 넘게 영업 직무를 하던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지 일 년이 채 안되어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회사 이전에는 기존 채널 영업(회사가 이미 구축한 영업망을 통해서 기존 고객을 관리하거나 신규 상품을 영업하는 일) 위주였고, 입사하고 나서는 신규 채널이나 고객 발굴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막연하고,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직장 생활의 대부분 동안 사람 만나고 설득하는 일에 익숙했던 사람이 갑자기 공황장애? 참 당혹스러웠다. 


그 직원은 실제 약도 먹고 있고, 이제는 사람 만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퇴사하고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맡던 일을 다른 직원에게 인수인계하고 퇴사하였다. 그런데 그 직원이 맡고 있던 일에는 거짓말에 가까운 엉터리 건들도 상당히 많았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와 인계받은 직원은 화가 났지만 퇴사한 직원에게 어떻게 하겠는가. 게다가 몇 개월 후 그 퇴사 직원이 다른 IT 회사의 영업직으로 이직하였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니, 퇴사 사유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진짜 퇴사 사유를 알아내는 데 더욱 총력을 다했다. 일의 실패 경험이 그다음 성공으로 가는 좋은 양분이 되듯이, 직원의 진짜 퇴사 사유를 알게 되면 조직 관리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진짜 퇴사 사유를 말하는 직원은 극히 드물었다. 가장 흔하게 말하는 거짓 퇴사 사유는 “쉬고 싶어요"이다. 물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사실은 사람이나 조직에 실망해서 이 조직에서의 삶을 쉬고 싶은 것이다. 즉 이 조직과의 인연을 그만 끊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우수한 역량의 직원이 퇴사하고 쉬고 싶다는 말을 하여서 한 달 정도 휴가를 주고 다시 붙잡아 봤다. 하지만 그 직원은 다녀와서 결국 퇴사하였다. 


Photo by Abbie Bernet on Unsplash


나와 동갑이면서 전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만들었던 어떤 직원은 퇴사 사유를 물어봤더니, “대표님 때문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 직원과 나는 일주일에도 두어 번 이상의 분쟁이 있었고 나 역시 이 관계에 지쳐있던 터라 잘 생각했다고 답하면서 빠르게 퇴사시켜줬던 기억이 난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었지만 내가 꼭 지키자고 당부했던 업무 기한이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룰을 한 번도 지키지 않았던 직원이었다. 항상 일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서로 부딪쳤다. 반복되면서 나 역시 잔소리가 심해져서 직원 역시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경력직 직원의 단점 중 하나는, 본인보다 해당 분야 경력이 적은 리더를 잘 인정 못하고 관리받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점이 상당히 강했던 사람이었고 나는 그것을 인정 못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 직원을 조금 더 믿고 기다리면서 결과 이후에 피드백을 줬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동아리가 아닌 이상 조직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룰은 있기에 선택을 후회 하진 않는다. 


이와 비슷한 퇴사 사유로는 “생각했던 것과 스타트업의 일이 다르네요"도 있다. 이 사례 이후로는, 나는 항상 면접에서 최종 합격한 사람에게 한 차례 더 방문을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회사의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 불편한 점,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운 점, 그리고 그 직원에게 바라는 점 등을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그래도 입사하겠냐고 묻고 며칠 동안 생각해보고 최종 결정을 해서 연락 달라고 한다. 이렇게 하니 비슷한 퇴사 사유는 거의 사라졌던 경험이 있다.  



이 말고도 퇴사 사유조차 말 안 하고 잠적해버리는 직원도 정말 간혹 있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서로에 관한 예의가 없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리고 세상에는 또라이 사장이 존재하 듯 또라이 직원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약 10년 간의 수많은 퇴사자와 퇴사 면담을 겪고 나니 진짜 퇴사 사유는 대게 세 가지로 정리가 된다. 첫 번째는 연봉이다. ‘퇴사'의 연관 검색어에도 대부분이 돈에 관한 것으로 나온 것처럼 우리의 삶에 돈은 너무나 중요한 존재다. 해당 경력의 업계 평균 연봉 대비 다소 차이가 크다면 그 직원은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기본급 말고도 인센티브 역시 중요하다. 합리적인 근거에 의한 조직 내 차등 지급이 아니라면, 해당 직원은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에 퇴사로 향하게 된다. 직원에게 연봉은 본인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언제나 민감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사람이며, 같이 일하는 동료가 엉망이거나 리더의 자질과 행동이 부족하다면 결국에 직원은 퇴사한다. 이 리더란 대표가 될 수도 있고 팀이나 본부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대표 본인의 자기 관리뿐만이 아니라, 조직 내 모든 리더의 자질은 항상 대표가 관리해야 한다. 사람의 능력치를 수치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1이 가장 나쁜 역량이고 10이 가장 좋은 역량이라고 해보자. 이때 어떤 팀이 5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3/ 6/ 4/ 8/ 7의 역량이라면 과연 팀의 역량은 몇 점이 될까?  평균인 5.6 정도에 수렴할까? 나는 무조건 리더의 역량에 수렴한다고 생각한다. 저 중 리더가 3점이라면 팀 역량은 3점으로 하향 평준화되고, 8점이라면 8점으로 상향 평준화되는 것이다. 그만큼 리더의 자질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성장에 대한 근거이다. 회사에 비전을 못 느껴서 또는 리더의 열정과 능력이 모자라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우리 회사가 영위하는 산업 분야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해서 퇴사한다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를 해석해보면, 직원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인지 확인받기를 원한다. 이것은 매출일 수도 있고 고객의 수 일수도 있고 무형의 브랜드 파워나 리더의 변화와 성장에 관한 정도 일 수도 있다. 지표는 대표가 어떠한 것이든 고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계속 인지시키고 전파하고 공유하면 된다. 그렇다면 성장에 대한 갈증 때문에 퇴사하는 직원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조직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좋은 연봉과 동료, 성장에 대한 근거, 그리고 존경스러운 리더의 모습까지 모두 다 제공하고 보여주는 대표는 많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그런 대표를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변화를 보여주면 된다. 사람은 항상 상대적인 동물이다. 주변과 비교하고 그것을 통해 인지한다. 그러니 이전보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연봉이 문제라면 조금이라도 올려주든지, 명확하고 정량적인 약속을 하면 된다. 사람이 문제라면 나부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직관리에 신경 쓰는 행동을 내일부터라도 하자. 성장이 문제라면, 퀀텀 점프는 못하더라도 어제보다는 오늘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주자. 이렇게 계속 변화를 보여주면 당신의 조직을 이탈하는 직원은 눈에 띄게 줄 것이다. 물론, 모두에게 이럴 수는 없고 해서도 안된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처럼 썩은 가지는 빠르게 가지치기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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