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8] 정당한 퇴사 사유
"사실은요, 팀장님 되게 별로예요. 왜 남의 책상 서랍, 메신저를 뒤지십니까? 직원들 다이어리 열어볼 생각은 뇌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그리고 요즘 세상에 어느 회사가 주주총회 안내 도우미로 직원을, 그것도 여직원만 씁니까? 회사 문화도 심각하게 꼰대스럽고요. 권력자가 하는 말이라면 껌뻑 죽는 상급자들 때문에 아랫사람들은 피 말려 죽습니다. 육아휴직을 쓴 사람 어떻게 쫓아낼지 작당 모의하는 윗대가리들 보면서 미래가 없다는 것을 철저히 깨달았어요. 또 일은 안 하면서 야근 시간만 주구장창 늘리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도 우스웠고요. 본인들이 지시해놓고 그런 말 한적 없다고 내빼는 상급자들 태도에 진이 다 빠집니다. 가끔 제가 콜 직원인가 의심해요. 그리고 프로그램을 사주셔야 업무를 하죠. 한글이나 알집 같은 기본적인 프로그램 사주는데 돈 아껴서 기업은 아주 부자가 되겠습니다. 전임자가 엉망진창으로 해놓은 일을 왜 후임이 다 해내야 합니까. 남의 똥 치우는데만 1년이 걸렸습니다. 또 독감은 국가에서 지정한 전염병인데 왜 제 연차를 소진해서 쉬어야 합니까. 회사에 나가지 말라고 국가에서 지정한 병인데 왜 제가 제 연차를 쓰면서 욕먹어야 하냐고요. 마지막으로 남의 남편 욕은 왜 합니까? 당신이 제 상급자지 제 남편 상급잡니까! 아니, 상급자면 그래도 됩니까?참, 아직 더 있는데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