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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Nov 09. 2022

제주, 한잔 : 제주에서 마시는 술은 왜 안취할까

삼다수는 사실 헛개수인걸까


나는 술을 좋아한다. 맛있는 술을 좋아하고, 맛있는 술과 함께 먹는 맛있는 안주도 좋아하고, 함께 마시는 사람들도 좋아한다. 그리고 잘 취한다. 많이 마셔서 그런 게 아니라 술을 좋아하는 커다란 마음에 비해 내 간이 작고 연약해서 항상 먼저 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주에서 술을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 제주에 오면 설레 부푸는 마음처럼 간도 같이 커지는 건지, 육지에서 마셨으면 벌써 필름이 끊기고도 남을 양인데 제주에서는 멀쩡하다. 육지에서 마셨으면 다음날 침대와 한몸이 되어 눈도 못뜨고 숙취에 시달렸을텐데 제주에서는 비자림 한번 걸으면 속이 말짱해지곤 한다.

 

제주 공기에는 술에 취하지 않게 하는 물질이라도 있는걸까. 아니, 육지보다 훨씬 많은 양을 마셔서 그렇지 취하긴 취하니까 그런 물질은 아닌 것 같고. 그럼 좀 더 많은 술을 마실 수 있게 해주는 물질인걸까. 알고보니 삼다수는 그냥 물이 아니라 헛개수인 건 아닐까.


취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제주에서 참 많은 술을 마셨다. 밤이 되면 지나치게 어두운 탓에 대게 숙소에서 마신 술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좋은 장소, 좋은 공간에서 많이 마셨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고, 많은 인연도 만들었다.


술보다는 바다에, 술보다는 사람에 취하며 마셨던 그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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