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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수 Dec 29. 2020

<팬데믹 다이어리> 그땐 몰랐지

1월, 공항에서 해맑게 마스크를 나눠주다.

<팬데믹 다이어리>는 일본 도쿄에 혼자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선데이수가 보낸 2020년의 기록입니다. 팬데믹의 해 2020년을 보내며, 지극히 평범하지만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일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선데이수를 소개합니다.


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간단한 소개부터 드려야겠네요. 선데이수는 도쿄에 혼자 사는 직장인입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회사일로 도쿄에 와서 살게 된 지 3년이 되었어요. 3년의 시간을 보내며 도쿄에서의 생활에 많이 익숙해진 건 사실입니다. 나름 이 곳에서 의지하고 지낼 수 있는 관계도 생겼구요.


그래도 역시 제 생활의 기반은 한국에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못해도 2~3개월에 한 번씩은 주말을 끼고 짧게라도 한국에 왔다갔다 했었어요. 일본에도 다 파는 생필품과 식재료들을 굳이 한국의 슈퍼마켓에서 사 가지고 먼 거리를 꾸역꾸역 들고 오느라 어깨가 빠질 뻔 했던 나날들이 떠오르네요.


올해 1월 1일도 서울에서 보냈습니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 누구라도 설레게 하는 연말의 공기를 마시며 예술의 전당 안 카페에서 오랜 친구를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은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니에요. 연말을 서울에서 보내야 하니 크리스마스 날에는 쌓인 일을 꾸역꾸역 해치우고 와서 혼자 잠들었습니다. 친구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저를 가엾게 여겨 슈톨렌 한 덩이를 사 주었습니다.


12월의 마지막 날, 왠지 들뜬 연말의 분위기에 둘러싸여 친구와 슈톨렌과 치즈케익을 나눠 먹엇습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자정에는 집에서 TV를 틀어놓고 있었어요. 낯익은 얼굴의 연예인들이 모여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 연말 시상식. 들뜬 분위기 속 MC를 맡은 누군가가 쓰리, 투, 원 을 외치고, TV 앞 저도 신이 나서 “해피 뉴 이어!”를 외쳤네요.


누군들 알았겠어요. 여느 해와 같이 맞이한 2020년이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특별한 한 해가 되어버릴 줄을.



우한에서 폐렴이 발생했는데, 그래서 뭐?


올해 1월 28일이었습니다. 회사 인트라넷에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뭐 심각해보이기는 하지만, 서울도 아니고 우한에서 일어난 일 아닌가요. 그 글을 올린 동료에게 놀리듯 말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뭘 이런 걸 전체 공유씩이나 해?”


나중에 돌이켜보니 바로 그 전날인 1월 27일에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조정했더라구요. 뉴스에 조금 더 관심이 있었으면 1월 20일에 국내에 첫 확진자가 유입되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을텐데, 그 때만 해도 도통 관심이 가지 않는 주제였습니다. 중국 공산당에서 중요한 회의를 했다거나, 브라질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기로 했다거나 하는, 어떤 글로벌하고 거시적인 이슈라고만 생각했어요.


그 해 1월. 긴 겨울의 끝에 봄이 찾아와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여기저기 놀러다닐 생각에 골몰해있었습니다.



마스크 나눠드립니다


1월의 마지막 날의 일입니다. 회사 동료 한 분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공항에 배웅을 나갔어요. 그때만 해도 평소에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꽃가루 알레르기 있어?”라는 질문을 받던 때였습니다.


그래도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다고 하고, 공항은 전 세계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이기도 하니,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 싶어 마스크를 사러 갔어요. 편의점 가판대에는 마스크가 5종류쯤 진열되어 있었고요, 개별포장이 되어 있는지, 부드러운 소재인지, 사이즈가 충분히 큰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7개입짜리를 구입했습니다.


그 날 공항에 가서 주위 사람 모두에게 마스크를 아낌없이 나눠주었습니다. 혼자 쓰면 되지 왜 나눠주었냐면요. 공항을 아무리 둘러봐도 마스크 낀 사람이 보여야 말이죠. 저로서는 어쨌든 혹시 모르니 쓰고 싶은데, 저 혼자 쓰기는 민망하니까 나눠주기로 했죠.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유행한다는데, 다른데서는 몰라도 공항에서는 쓰고있는 게 낫죠”라고 너스레를 떨면서요. 7개 중 하나는 제가 쓰고, 나머지 6개는 주위 동료들에게 줘 버리니 금방 없어지더라구요.


제 기억에 일본에서는 바로 그 다음날부터 마스크 품귀현상이 시작됐습니다. 분명히 그 날 아침만 해도 편의점 가판대에 마스크가 종류별로 있었는데, 퇴근하면서 편의점에 들러보니 다 팔리고 여성용으로 나온 작은 사이즈 마스크만 남아있었어요. 작은 건 답답하니까 내일 다시 와 볼까. 그렇게 뒤돌아 나온 후로 한동안, 편의점에서 손쉽게 마스크를 구할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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