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데이수 Jan 02. 2021

<팬데믹 다이어리> 코로나가 코앞까지

10월, 가까운 친구가 자가격리자로 분류되다.

<팬데믹 다이어리>는 일본 도쿄에 혼자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선데이수가 보낸 2020년의 기록입니다. 팬데믹의 해 2020년을 보내며, 지극히 평범하지만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일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코로나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일본은 9월에서 10월 중순 정도까지는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500명대 전후를 유지했었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에 비해서는 한참 많은 숫자지만, 일본의 연간 그래프를 놓고 보면 그 정도면 나름 안정기라고 회고할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선데이수도 그 시기를 보내며 마음이 좀 풀어졌던 게 사실입니다.


일본의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 그래프. 사진은 구글 검색해서 가져왔습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정말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일이 생겼습니다.


선데이수와 도쿄에서 아주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서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됐던 겁니다. 다행히 그 친구의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와서 선데이수는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됐지만요. 그 때는 정말 덜컥 겁이 나더라구요.


그 친구는 며칠 뒤 생일을 맞을 거였습니다. 생일날 서너명이 모여 생일파티를 해 주기로 했는데 완전 무산이 됐죠. 아무리 그래도 생일날을 집에서 혼자 보낼 거라고 생각하니 좀 안쓰럽기도 해서, 선물이랑 먹을 걸 싸 가지고 가서 친구네 집 문 앞에다 휙 던져두고 왔네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의 SNS에서나 보던 ‘벨튀’를 나도 하다니. 그게 또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이 참 어떤 상황에서든 즐거움을 찾을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생일 당일에는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만나서 생일파티를 해 주었습니다.



선데이수가 ‘벨튀’ 하고 온 선물들입니다. :)



나에게 허락된 공간


외국인으로서 해외에 나와 살다보니 위기상황에서 더 움츠러 들게 되더라구요. 어쨌든 선데이수도 이 나라 건강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으니 정해진 매뉴얼대로 처리를 받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요, 만의 하나라도 이 나라에서 입원할 일이 생기면 얼마나 막막학겠어요.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걱정할 거고요. 그래서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됐던 4~5월, 그리고 ‘코로나 제 2파’로 심각했던 7~8월까지는 친구들도 잘 안 만나고 집에만 콕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9월부터는 그나마 최악은 지나간 것 같은 느낌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착각이었지만 - 도 들고, 다른 것보다 코로나가 한두달 사이에 끝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조심조심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꼭 테라스석이 있는 식당이며 카페를 찾아가곤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예를 들면 이런 풍경입니다. 가을바람이 쌀쌀하잖아요. 한 철 이른 롱패딩을 입고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이유가 있어요.

도쿄는 어딜 가든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 아주 좁은 도시거든요.


선데이수가 서울에 살다 처음 도쿄에 왔을 때 여기저기 부딪힐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좁은틈을 비집고 들어가다가 앉아있던 사람들을 툭 치고, 물건을 떨어뜨리고 하는 일들이요. 제가 부주의한 탓도 물론 있지만, 공간 자체가 그렇게 생겨먹은 탓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쿄의 라멘집에 가면 옴짝달싹 못할 만큼 작은 주방에서 주방장 한 명 보조 한 명이 요리를 하고, 그 앞에 손님들이 나란히 앉아서 라멘 같은 한 그릇 요리를 먹습니다. 반찬도 잘 안 주잖아요. 그래서인지 반찬을 놓을 만큼의 공간이 없기도 합니다. 사이드디쉬로 교자라도 시키는 날에는 옆사람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 조심조심 그릇을 배치해야 합니다. 선데이수가 느낀 도쿄는 그런 곳이에요.


올해 여름 이후로 도쿄에는 무지개 마크가 붙은 식당들이 늘었습니다.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했다는 인증인데요, 환기를 잘 시켰다든지 마스크를 잘 썼다든지 뭐 그런거죠. 의심많은 손님 입장에서 그닥 믿음은 안 가요. 그렇잖아요. 좁은 공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채, 환기를 시키고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코로나가 안 퍼질리가요.



도쿄도에서 ‘이 식당은 감염방지를 위해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음을 선언합니다’를 인증하는 ‘무지개 마크’가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테라스석을 찾게 되더라구요. 일본에도 선데이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外外食(가이가이쇼쿠, 밖에서 외식)이라는 말이 잠깐 유행하고 테라스석은 늘 인기가 많았습니다. 겨울이 되고 나서는 추워서 테라스석에 오래 앉아있을 수도 없게 되었네요. 그래도 올 가을에는 테라스석에 앉아 나에게 허락된 공간을 바깥으로 확장하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 기억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집에 있기 영 우울한 날에는 테라스석이 있는 식당을 찾아 가 혼밥도 많이 했고요.

        

P.S. 먼 옛날 태국 빠이에서 개방감 있는 공간을 즐겼던 기억을 나눈 글도 소개해봅니다.


https://brunch.co.kr/@sundaysoo/89


이전 10화 <팬데믹 다이어리> 혼술하는 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