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9wgZWAbG7rw?si=6Qx7yLUR_NU9yl54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엇갈림이 너무 많았다는 것. 남들은 이렇게 저렇게 어디로 가도 척척 만나던데,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엇갈림이 있었다. 남들보다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만날 수 있는 관계였다고 해야할까? 일단 성향부터 너무 달랐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MBTI부터 정반대였다.
A는 이후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겠다며 두 달간 호주로 떠났다. 시차가 나서 연락을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종종 소식을 전해왔다.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겠다고 떠났으니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연인도 찾아보겠다는 연락도 줬다. 그것이 나는 또 웃겼다.
나는 고백 사건 이후 A를 더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부담감이 덜어지니 한층 좋았다. 깊은 생각 없이 연락을 할 수 있었다. 부담 없이 보이스톡을 할 수 있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혹시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까?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가 개발한 사랑에 관련된 이론으로 사랑은 친밀감, 열정, 헌신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는 내용이다. 세가지가 골고루 높을수록 성숙한 사랑이고, 단편적일수록 미성숙한 사랑일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삼각형 이론에서 친밀감이 높게 나왔고 A는 헌신이 높게 나왔다. 친밀감은 상대에게 느끼는 정서적인 편안함과 우정, 헌신은 상대방을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삶에 함께하려는 행동적 측면을 말한다고 한다. 참고로 열정은 사랑에 빠져있을 때 느껴지는 뜨겁고 강력한 욕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상대를 친밀하다고 느낄때 사랑이다!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A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점점 즐거워졌다. 통화하는 시간이 1시간, 2시간 늘어나더니 어느새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A의 일상을 듣고 사진을 받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보내 준 사진을 보며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시점의 나도, A처럼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일단 전화 통화를 9시간동안 연속으로 했다는 점에서 숨길 생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두 달이 끝나가는 시점에는 얼른 보고 싶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했다. A는 하루라도 더 일찍 보겠다는 일념으로 수수료를 지불하고 비행기 표를 변경했다.
귀국 후 다시 본 A를 이전과 같은 감정으로 대할 수 없었다. 다소 부끄러웠고 오히려 어색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내가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 15년 2월 A가 한국으로 들어왔던 날,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때는 몰랐다. 긴 시간동안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