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위로가 필요한 시대
패션은 태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다. 태도는 타인에게 간단하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지만, 패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TPO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패션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표현하기 때문에 이를 태도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안하고의 차이도 존재한다. 분명한 건 패션은 보이는 외면적인 영역을 넘어 생각이나 마음가짐, 기분등의 내면적인 영역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옷을 신경 써서 입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운동복을 입었을 때와 슈트를 입었을 때가 같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보이는 상의와 하의 결국 옷이라는 개념은 동일하지만, 이 옷들이 품고 있는 이미지와 의미의 차이는 분명 다르다. 이것은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지만, 우리가 만든 사회 속 통념으로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미지의 차이는 보이는 것 이상의 내면적인 태도까지 만들어지기 때문에 옷을 입는 대로 태도는 따라가게 된다. 한 가지 예로 매일 운동복만 입는 장난꾸러기에게 슈트와 구두를 신기고 종교활동이나 모임에 나가게 한다면 운동복을 입었을 때와는 분명 다른 태도로 느껴질 것이다. 이것은 슈트를 입은 당사자와 이를 보는 타인 모두에게 적용되어, 때로는 좋은 태도가 된다. 이것은 상대방으로 하여 또 다른 존중과 예의로 돌려받는다.
좋은 태도가 느껴지는 패션은 존중과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패션은 꼭 타인에게 비치는 것만이 아닌 나를 위로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기도 한다. 중요한 만남을 앞두고 최선을 다해 패션을 했다면 이것은 타인을 위한 것일까 나를 위한 것일까. 깨끗하게 신경 써서 잘 차려입은 옷은 타인에게 그저 보기 좋겠지만, 나에게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만들어주고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하기도 한다.
유럽이나 영어권 국가에 가면 패션에 대한 칭찬이 낯설지 않다. 예를 들면 nice shirts 또는 nice jacket, I like your Jacket 등 누가 들어도 알아들을법한 쉽고 간단한 이 말을 초면에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레 던진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한 멋쟁이가 아님에도 듣게 되는 이 말은 사람을 참 기분 좋고 들뜨게 만든다. 때로는 낯선 공간에서의 어색함과 긴장감을 날려버리는 위로가 담긴 치트키가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이러한 치트키는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식 칭찬은 따로 존재하는데 생각보다 듣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 옷 어디서 샀어?, 그 재킷 어디 거야?, 옷 좀 골라줘" 이 정도면 확실한 패피가 된 듯 자존감 올라가는 기분은 들것이다.
현대사회의 패션은 공격적이다. 타인보다 앞서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 나를 위한 패션이 아닌 타인에 의한 패션을 한다. 더 이상 타인을 위한 행거치프는 찾아볼 수 없는 유물이 되었다. 그래서 패션에는 위로가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나를 존중하고 위로하는 나만의 패션을 해야 한다. 패션은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