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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Nov 27. 2018

day 66. 난생처음 영어로 인터뷰 하기

철저한 준비만이 살길이다.


대망의 인터뷰 날.

아래 악순환 인포그래픽 'Vicious Cycle'을 보여주고 사람들의 의견과 경험담을 들어 보기로 한 날이다. 주말 동안 열리는 해커톤 행사에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행사장에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해커톤이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한정된 기간 내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참여자가 팀을 구성해 쉼 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앱, 웹 서비스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행사를 말한다. (매일경제용어 사전)


오늘의 계획


1. 1층 로비에 앉아서 악순환 인포그래픽 (Vicious Cycle)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2. 사람들이 목에 걸고 있는 이름표의 줄 색깔을 확인한다. (주황색은 이번 행사에서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동의한 사람, 회색은 동의하지 않은 사람. 미국에선 촬영 전에 반드시 촬영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동의 없이 사용할 경우,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3. 악순환 인포그래픽 (Vicious Cycle)에 관심을 보이는 동시에 주황색 끈의 이름표를 걸고 있는 사람에게 잠깐 인터뷰가 가능한지 묻는다.


4. 동의한다면 2층의 조용한 인터뷰 방으로 안내하고


5. 소파에 앉아 미리 준비한 리스트에 이름, 이메일 주소, 직업 칸을 채워줄 것을 부탁하고


6. 그동안 알렉스는 촬영 준비, 나는 마음의 준비.


7.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다. 질문은 총 세 가지.


이런 악순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이 악순환을 보면서 생각하는 이야기나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마지막 질문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꼭 대답을 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인터뷰를 당해본 적은 많지만, 인터뷰를 진행해본 적은 많지 않다. 영어로 진행해 본적은, 물론 없다.

이럴 때는 철저한 준비만이 살길이다.

우선 들어오자마자 눈길을 끌 수 있도록 악순환 인포그래픽을 1층 로비 빈 벽에 붙이고, (이미지가 커서 붙이는 것도 일이었다..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악순환 인포그래픽 'Vicious Cycle'을 영어로 매끄럽게 설명할 수 있게 소리 내서 연습하고 또 하고, 인터뷰 질문도 매끄럽게 할 수 있도록 소리 내어 읽고 또 읽고,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사전 답사 때 미리 봐 둔 소파를 2층에 마련한 인터뷰 방으로 옮기고, 방 안에도 악순환 인포그래픽 (Vicious Cycle)을 붙이고, 비디오를 찍어주기 위해 와 준 알렉스와 카메라 테스트를 마쳤다.

1층 입구부터 모든 동선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의 경우의 수에 대해 생각하고 대처 방안 정리.


자, 이제 실전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로비에 내려가 보니 악순환 인포그래픽 (Vicious Cycle) 앞에 준비해둔 포스트잇과 매직을 보고, 한두 명씩 키워드를 더해주기 시작했다. (이게 뭐라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ㅎㅎ)

이미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모습이다.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씨앗이 되길 바랐다.)

이미지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있었더니 의외로 이미지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이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순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명쾌한 이미지를 본 적은 없다며 흥미로워했다. 선생님이라고 했던 사람은 학교에서 교육 자료로, 비영리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던 사람은 워크숍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에서 이미지를 활용하면 보다 쉽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사람들마다 자신의 백그라운드와 경험에 따라 악순환의 시작점과 연결 지점을 각자 새롭게 정리한다는 것이다. 80% 정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해석을 내게 들려주었다. (역시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부딪혀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설명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슬슬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에 쉽게 응해주어 신이 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센스 터지는 인터뷰 대상자의 조언으로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인터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익했다. 

총 17명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클리블랜드에서 직접 겪었던 경험담을 통해 다시 한번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고(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슬픈 스토리에 눈물이 울컥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말해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했고 아주 유익했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지난 3개월 동안 클리블랜드에서 지내면서 스무 번이 넘게 다양한 기관 및 조직의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미팅 및 토론을 하며 느낀 점이 많다. 그중에서 3가지를 정리해보자면,


1. 아무 자료 없이 둘러앉아 '자, 이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하면 30분은 지나야 제대로 된 토론이 가능하다는 거다. 그러다 보면 드디어 유익한 이야기가 나올 즈음에는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어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재료가 필요한 것이다.


2. 모든 문제는 연결되어 있어 서로 힘을 합치고 함께 노력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음에도,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이 진행하고 있는 부분에만 매몰되어 큰 그림을 보지 못해 이상한 해결 방안이 도출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3. 다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남의 이야기는 잘 듣지 않는다. (인터뷰 중에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는 것,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답해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클리블랜드와 여기서 만난 사람들을 위해  @aboutcleveland - Cleveland in Numbers에 정리하고 있는 정보들과 여기서 찍은 이미지들을 활용하여 클리블랜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순환을 짧게 보여주고,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을 더해 영상을 만들어 보려 한다.

영상을 보면서 대화를 시작해볼 수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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