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 미국이 접수한다?..트럼프 대통령, 하마스 직접 밀어낼까?
'리비에라 Riviera'라는 단어는 특히 아름다운 해변과 온화한 기후를 가진 곳을 의미합니다.
가장 유명한 리비에라는 프랑스 리비에라인데, 모나코, 니스, 칸이 이어져 있는 코트다쥐르 Côte d'Azur 해안을 말합니다.
친퀘테레 같은 아름다운 마을이 있는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 해안도 이탈리아 리비에라라고 불립니다.
해안을 뜻하는 라틴어 Ripa에서 유래했고, 19세기 영국 프랑스 귀족이 프랑스 리비에라를 고급 휴양지로 이용하면서 '고급스러운 해안 지역'을 뜻하게 됐습니다.
❶ 가자, 미국의 땅?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찾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 Gaza 지역을 점령(장악)해서 가자를 중동의 리비에라(Riviera of the Middle East)로 만들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고,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를 해체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그곳에 사는 팔레스타인인은 인근 요르단과 이집트로 이주시키겠다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로 다시 돌아가면 수십년간 이어져온 폭력이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미국 CNBC는 "어떻게 그 지역을 접수할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네타냐후 총리, 그리고 백악관 누구도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미군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는 답까지는 내놨습니다.
현재 가자 지구에는 팔레스타인이 2백만명 이상 거주하고 있고, 하마스는 대규모 이주 계획에 대해 반대해왔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을 위해 땅을 제공해야할 나라' 어떤 곳도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카타르 모두 반대했다"라고 적시했습니다.
❷ 가자 리비에라?
고급 해안 휴양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리비에라'라는 단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쓴 단어입니다.
그가 꿈꾸는 리비에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는 "가자지구의 잠재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중동의 리비에라가 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현재 가자 지구를 다 밀어버리고, 니스나 모나코 같은 새로운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취지일까요?
같은 질문에 미국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를 떠올렸습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는, 가자 지구가 '해안과 접해있는 부동산으로서 개발 가치가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이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부동산 제국이라고 불리는 '쿠슈너 컴퍼니'를 총괄하는 부동산개발 전문가입니다. 쿠슈너 컴퍼니는미국 14개 주에 2만1천가구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CNBC가 트럼프 2기에 '날개 꺾인 사위'라는 평가를 받는 부동산 개발업자 쿠슈너를 떠올린 건, 트럼프 대통령 이 가자지구를 마치 개발업자들이 세우는 고층 빌딩 즐비한 고급 휴양지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일까요?
❸ 중동은 생각이 없습니다.
하마스는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전쟁에 지친 주민들이 스스로 나가야 하는데, 아무리 경제적 혜택을 주더라도 고향 떠나 타향살이 하도록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시나리오에 따라 주민들이 옮겨갈 중동의 나라들도 '팔레스타인 주민'을 받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요르단, 이집트 뿐 아니라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도 생각이 없습니다.
어느 나라든 자신의 영토를 수십만 명의 난민을 위한 거주지로 내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가자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인들은 주류 아랍인들이 애써 외면해온 비주류입니다.
실제로 하마스가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논의 직전에 이스라엘에 전쟁을 걸어온 것도 ‘중동의 평화로 인해서 그들의 싸움이 잊혀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세계 최강 미군이 강제적으로 점령할 수 있겠지만, 모든 중동을 적으로 돌리는 그런 무모한 외교를 할리는 없습니다.
부동산을 개발하는 건 누구보다 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정작 그 땅을 비우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PS. 2012년 리비아 영사관
2016년 개봉했던 마이클 베이 감독의 ‘13시간’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트리폴리의 벵가지에서 발생했던 리비아 영사관 공격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당시 스티븐스 주 리비아 대사 등 4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설혹 많은 난관을 넘어서 진짜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리비에라'를 건설했다고 해도, 중동의 유일한 미국 점령지가 되는 순간 그 지역은 언제라도 제 2의 리비아 영사관이 될 수 있습니다.
노벨평화상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중동 평화가 이뤄지더라도 중동은 늘 극단주의자들이 존재해왔습니다.
어렵게 중동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미국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반대로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꿈꾸는 네옴시티 같은 화려한 모양새를 갖춘, 평화롭고 번성한 도시가 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다른 나라 정상들과 대화했고, 그들도 이 구상을 매우 좋아한다"라고 했습니다. '중동 각국의 자본'을 끌어들이면 '미국 점령지'라는 색깔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 합니다.
물론 가자 지구를 리비에라로 만드는 건 중간에 넘어야 할 산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중동의 종교적, 정치적 역학관계나 팔레스타인인들의 상황을 크게 개의치 않는 지극히 단순히 자본주의적인 접근이기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마 곧 미국 언론들이 본격적인 비판 기사를 쏟아낼 겁니다)
하지만 개발권자가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다들 이리저리 주판알은 튕겨 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평가를 곧잘 받는 트럼프 대통령, "난 이것을 여러 달 동안 매우 긴밀히 연구했고, 모든 다른 각도에서 봤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이토록 참신함은 어디까지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