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76% 올랐다, 더 오를까?..CNBC의 금값 전망 보고서
미국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금(金) ETF 그래프입니다.
지난 1년간 41% 올랐고, 올해 들어서만 벌써 8.76% 올랐습니다.
왜 금일까요?
일응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관세 정책으로 인한 시장 충격을 헷지 하기 위해 개인도, 기관도, 심지어 중앙은행도 '안전 자산'을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국 CNBC 방송도 "지난해 금 수요가 최고를 찍었고, 올해도 전망이 밝다"라면서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매입, 투자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얼마나 금을 사고 있을까요? CNBC가 인용한 세계 금 위원회(World Gold Council) 연례 보고서를 직접 들여다봤습니다.
❶ 세계 금 위원회 (World Gold Council)의 '친금(親金) 보고서'
일단 이 보고서를 쓴 '세계 금 위원회'의 성격을 알고 보고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금 위원회는 '금 채굴회사' 중에서 대형 회사 32곳이 회원으로 있는 단체입니다. 왼쪽이 이 회사 회원들이고, 오른쪽은 미국 금 채굴업자 ETF인 GDX가 보유하고 있는 10개 상위 회사 이름입니다.
ETF가 투자한 대부분의 대형 금 채굴회사들이 바로 세계 금 위원회 소속입니다. 한마디로 미국,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큰 금광 회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보고서는 '친금(親金) 보고서'라는 걸 감안하고 봐야겠습니다.
먼저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 거래량은 4,974톤으로 2023년 4,899톤에 비해 85톤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부터 눈에 띕니다.
❷ 중앙은행들의 금 사랑
두번째로 주목되는 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는 계속 줄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전쟁 같은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나 무역 제재 같은 경제적 리스크가 늘어나면서 각 중앙은행들은 '안전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해주는 금을 선호하기 시작했는데, 그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 매입 1위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옆에 있는 폴란드 중앙은행이었고, 2위는 '화폐가치 하락'으로 크게 곤혹스러웠던 튀르키예 중앙은행이었습니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무려 90톤을 추가 매입했고, 튀르키예는 75톤을 더 샀습니다. 인도 중앙은행 역시 매달 금을 매입하면서 3위를 기록했습니다.
❸ 금 투자
워런 버핏은 원래 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금은 그냥 앉아서 멀뚱히 나를 바라볼 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갖고 있어 봐야 배당이나 이자를 주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수익률에 대한 불만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201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처음 사업 시작할 때 금값은 온스당 20달러였고,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15달러였다. 그런데 지금 금값은 1600달러이고,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12만 달러이다"라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버핏이 2020년 생각을 바꿨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버핏이 세계 2위 금 채굴기업인 배릭 골드 지분 1.2%, 우리 돈으로 약 6700억 원어치를 샀다"라는 보도가 나옵니다. 버핏 입장에서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0.5%도 안 됐습니다) 일단 투자를 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배당을 주는 금 채굴회사'에 투자한 것이지, 이자를 주지 않는 금에 투자한 것은 아니니까 버핏도 할 말이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최근엔 버핏과 달리 '금 자체'에 투자하는 일반인이나 기관이 많이 늘었습니다.
세계 금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년 간 금 투자규모가 25% 증가하면서 1,180톤에 도달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투자는 주로 금 ETF로부터 나온 숫자들입니다.
❹ 역시 금은 금괴?
금괴와 주화에 대한 수요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CNBC는 "금괴에 대한 투자는 중국과 인도의 수요 덕분이었다"라면서 "중국 경제 불확실성과 주식시장 변동성이 결합되어 중국 투자자들이 금을 찾게 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인도의 경우는 인도 정부가 지난해 7월 금 수입관세를 15%에서 6%로 인하한 뒤 금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보석류로서의 금 수요는 전년 대비 11% 감소하면서 유일하게 역성장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❺ 금값, 계속 오를까?
CNBC는 "금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며 지난해 40번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올해도 새로운 고점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세계금위원회의 수석시장 분석가인 루이스 스트리트는 "2025년에도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금 시장을 주도할 것이고, 금 ETF 투자자들도 시장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금 가격은 달러와 반비례해왔습니다. 달러가 강해지면 금이 약해지고, 달러가 약해지면 금이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초반부터 금과 달러가 '추세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1) 달러 외의 안전자산을 찾는 중앙은행의 금 수요 증가, 2) 포트폴리오에 안전 자산을 늘리기 위한 금 ETF 매입 등 투자시장 금 수요 증가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CNBC는 세계 금위원회의 의견을 인용해 "올해 전반적인 금 투자 수요가 여전히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가 하락하면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기사를 맺었습니다.
이쯤에서 친금(親金) 보고서의 결론과 함께 월스트리트의 전망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골드만 삭스는 현재 온스당 2,890달러인 금값이 연말에는 3,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봤지만, 바클레이스와 맥쿼리는 온스당 2,50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올 초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2025년에도 금값은 계속 오른다"는 건 분명히 월스트리트 전체의 견해는 절대 아닙니다.
PS. 트럼프와 금값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 금값은 어땠을까요?
CNBC가 지난달에 '2017년 트럼프 첫 100일간의 금융 기록'을 정리한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 그래프는 그 기사에서 가져온 건데, 얄궂게도 1) 안전자산 금(金)과 2) 과격한 자산(당시에는 더 과격했죠) 비트코인을 비교해 놨습니다.
예상보다 금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고, 외려 비트코인은 올랐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처럼 친 비트코인 지지가가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경제적 변수의 영향을 받는 금과 비트코인의 가격을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 임기와 비교하는 건 모순이 더 많겠죠.
특히 트럼프 1기와 지금의 행보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때 그랬다"라고 비교하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겠죠. 대통령 처음하던 2017년의 행보와, 4년 밖에서 빤히 지켜보다가 굳은 결심하고 다시 돌아온 백전노장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같을 리 없습니다.
다만 투자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늘 '좌충우돌 행보'로 금값을 끌어올리기만 하는 건, 혹은 했던 건 아니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전 세계를 길들이기 위한 관세 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그래서 안전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하고, 금값은 당분간 계속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관심이 가지만, 반대로 그게 얼마나 갈지 혹은 1년 내내 계속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점도 명심하려고 합니다. 분명히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