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브로드컴의 인텔 Intel 인수설..트럼프 대통령이 허락할까?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155조원에 퀄컴을 인수하려고 하던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시도를 무산시킨 바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브로드컴이 퀼컴을 사들이면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브로드컴은 싱가포르 기업이었지만, 중국 화웨이와 거래가 많다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텔 매수설'이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TSMC와 브로드컴이 인텔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브로드컴이 인텔의 칩 설계 및 마케팅 사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라 "TSMC 역시 투자자 컨소시엄을 통해서 인텔의 일부 또는 전체 반도체 제조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브로드컴과 TSMC가 서로 논의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제안이 들어가 협상이 진행 중인 건 아니지만, 반도체 세상에서 TSMC와 삼성전자에 밀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이 찢어져서 팔리는 장면을 보게 될까요?
1) 인텔 쪼개 팔기?
새삼스러울 건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비용 절감 노력의 일환으로 인텔은 이미 여러 사업 부문을 매각해왔습니다.
인텔은 이미 지난 2022년 말부터 설계 공정과 제조 공정을 쪼개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부 칩 설계 팀이 주문을 넣으면, 외부 설계 회사가 의뢰한 것과 같은 조건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일단 쪼개서 팔 수 있는 모습은 갖춰 놓은 건데,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인텔의 변화를 '본격적인 회사 분할의 전조'로 봐왔습니다.
데이비드 진스너(David Zinsner) 인텔 공동 임시 CEO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이렇게 나뉜) 새 구조가 고객을 포함한 외부 투자자 및 사모펀드 투자자들을 공장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수십 년간 반도체 산업이 제조 또는 설계 중 한 분야에 특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해 온 흐름과도 일치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인텔 매각은 단순한 대기업을 하나를 넘긴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한때 인텔의 칩 설계 능력은 '미국이 51구역(Area 51)에 잡아놓은 외계인이 설계를 했다'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국 기술력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 회사가 찢어져 팔린다는 건 미국 자존심 문제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각을 반대했던 퀼컴보다 훨씬 더 상징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첨단 기술을 넘긴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TSMC는 대만 회사이고, 브로드컴의 회장인 혹 탄( Hock Tan, 陳福陽)은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태어난 화교 출신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인텔은 현재 인텔을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기업으로 여기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과도 접촉하고 있다"라면서도 "외국 기업이 인텔 공장을 운영하는 방식의 거래를 대통령이 지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TSMC가 인텔을 인수해도 실익이 많지 않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텔 칩을 생산하도록 구축된 공장이 다양한 칩을 생산하는 TSMC에게 적합하지 않다"라면서 "TSMC 공장을 관리하는 대만 엔지니어들이 대거 입국해야 하는데, 트럼프 정부의 엄격한 이미 정책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3) 인텔의 주가
지난주 인텔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정상회의'에서 "미국에서 설계되고 제조된 칩을 가지고 강력한 AI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라는 발언 덕분이었습니다.
당연히 "인텔 밖에 더 있느냐?"라는 생각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주가가 올랐습니다.
실제로 인텔은 아리조나, 오레곤, 오하이오 등 미국 각지에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엄청나게 많은 공장을 지으면서 '미국 반도체의 상징'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텔이 '이미 경쟁에서 뒤쳐진 회사'라는 점입니다.
CNBC는 "인텔 주가는 지난해 약 60% 하락했고, 또 전 CEO가 주도한 제조업 강화 전략으로 투자를 과도하게 시도하면서 결국 현금 흐름을 악화시켰고, 인력의 약 15%를 감축해야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요 며칠 '반짝 주가'로 설명이 되는 회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 진심인 트럼프 대통령이 TSMC나 브로드컴에 인텔을 팔지도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다만, 최근 블룸버그나 월스트리트 저널이 인텔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감안해 일부를 쪼개서 팔 가능성을 계속 언급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라면서 TSMC나 브로드컴에 인텔 공장의 일부라도 매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미국에 공장 짓고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회사라면 모두 '미국 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