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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냉전 이후 가장 암울했다

트럼프의 발빠른 친러 행보..유럽, 방위비 늘리고 복지비 줄인다?

by 토미 M Feb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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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욕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한 주를 "철의 장막이 무너진 이후 유럽이 가장 암울했던 시기"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게 (유럽 입장에서는 크게 반기지 않았던)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너희는 퇴폐적이고 비민주적이야", "너희는 고급 와인과 고전 건축, 복지 수표의 본고장에 불과해"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바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시작된 백악관과 크렘린 간의 평화 협상에서 배제됐습니다. 


곧이어 딱히 화를 내거나 뭔가를 강요할 만한 힘도 없다는 현실까지 깨달아야 했습니다. 부랴부랴 유럽 지도자들이 파리에 모여 회의까지 열었지만, "합의 못했다"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었다"라는 보도를 들으며 무력함을 보여주곤 헤어졌습니다.


유럽 정상들이 "그냥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용 카드일거야"라고 여유를 부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은 너무 빨랐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는데 망설이지 않을 정도의 친러 행보는 진심으로 보였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은 G7의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 성명에 ‘러시아 침공’이라는 표현을 넣는 데 반대했다"라는 소식을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년간 이어온 미국의 외교정책을 버릴 태세"라고 분석했습니다. 


네, 진심으로 보일만 했습니다.


2) 걱정


"우크라이나는 버려지고, 러시아는 돌아왔고, 미국은 더 이상 도와주지 않을 수 있다 / 이코노미스트"


유럽 지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불평과 비난만 할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듯 했습니다. 덜컥 겁도 났을 겁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푸틴에게 손을 내민 트럼프 행정부의 빠른 행보에 "(유럽이) 이제 신(新)세계의 무질서 new world disorder에 희생될 수 있다"는 걱정을 전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협상에서 (유럽에 배치된) 미군 병력의 주둔지 변경을 요구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실상 동유럽에서 미군을 빼라는 겁니다. 


유럽 각국은 미국이 일단 거부했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과 동시에 언제든지 동유럽에서 언제 미군이 철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함께 느꼈을 겁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안보에 대한 기본적인 우려는 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하여 동유럽을 노출시키는 것"이라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러시아의 공격을 받고 유럽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게 이익이 될까'라는 것부터 고민할거라는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협상 카드로 여긴다"라면서 "나토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모두가 돕겠다는 확신을 기반으로 하는데, 거기에 의심이 생긴다면 유럽은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을 대표한다는 주간지가 전하는 유럽의 걱정입니다.


3) 고통 분담     


이제 힘들어도 감수해야할 것들이 생겼습니다. 


미국이 부담해온 이른바 '평화 비용'을 스스로 내야 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유럽은 실제로 국방비 지출을 크게 늘리지 않아 왔고, 덕분에 국방력도 거의 제자리입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러시아가 발트 국가 중 하나를 침공한다면 유럽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졌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응당 미국을 바라봤겠지만, 이제는 그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유럽 각국은 요즘 국방비를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 고민 중입니다. EU의 현재 기준은 GDP의 2% 수준인데, 이를 3%, 더 나아가 4~5%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돈으로 미국 무기를 사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 무기를 사서 트럼프 행정부가 NATO 회원국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건, 유럽 각국이 자신의 군대에 더 많이 돈을 써야 하며, 미국의 호의를 계속 누리려면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늙은 대륙' 유럽 경제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유럽 은행들이 동결한  220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일단 국방비에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중장기적으로는 유럽의 복지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는 '유럽이 전 세계 인구의 7%, GDP의 25%를 차지하지만, 전 세계 사회복지 지출의 50%를 차지한다'라고 강조했다"라면서 "유럽은 국방비를 부담하려면 복지 지출을 줄여야 한다"라는 과감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령화된 유럽 유권자들의 표가 달려 있는데다가, 나라마다 경제나 복지 수준이 완전히 다른 만큼 유럽 각국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요?


몰아치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 유럽 정상들에게 '달라진 세상을 받아들일 시간'을 그리 길게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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