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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Sep 20. 2021

2016년 6월 8일의 일기

# 단골집이 사라졌다. 내게 닭발이 얼마나 맛있는지 처음으로 알려줬던,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기억도 한가득인 곳인데_ 숯불향 가득한 닭발, 촉촉한 계란찜, 매콤한 소스, 충분히 맛있는 주먹밥이 있고 더 친해지고 싶은 사장님이 계셨던 곳인데. 영업 종료 간판을 보고 잠시 망연자실했다. 그동안 장사가 잘 안되어 걱정이긴 했는데 정말 이렇게 되어 버렸구나. 사장님은 잘 계실까. 보고 싶다. 너무 속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 지나다 좋아하던 커피집의 다른 지점을 봤다. 그 동네에 새로 오픈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름만 같을 뿐 완벽히 다른 공간이었다. 그 투박한 동네에 너무 세련되고 딱 떨어진 모습으로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집은 공간의 재미가 있고 나뭇잎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부는 창가가 있고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모두 다른 곳에 있지만 어디든 다를 바 없는 스타벅스 같았다. 자리가 꽉 차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어 다행이었다.


# 우리는 왜 가까울까. 만나서 별 거 하는 것도 없고, 나누는 얘기도 별 거 없는데.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우리가 참 많이도 닮았다는 사실을.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네가 많이 닮았고, 시간이 흐른 후 넌 지금의 나보다 훨씬 괜찮고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너와 내가 다른 세대인 게 어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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