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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심판과 구원

by 정준호

에필로그: 아드리안의 최후


세레누스는 집필을 마쳤다. 그는 이런 끔찍한 일을 겪은 뒤에 다시 인문학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는 아드리안의 최후를 들려준다. 쓰러진 뒤 열두 시간을 혼수상태에 있던 그는 치매 증세를 보이며 이미 자아를 망각했다. 석 달의 정신 요양원 생활 끝에 세레누스는 튀링겐의 레버퀸 부인에게 아들의 일을 알리기로 한다. 어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아드리안은 자살을 기도한다. 이는 막연하게나마 어머니를 슬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발로였고, 한편으로는 악마에게 의지한 사람도 육체만 포기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초기 프로테스탄티즘의 믿음을 따른 행동이기도 했다. 연못에 몸을 던진 그를 겨우 발견해 냈고, 아드리안의 어머니는 산 아들을 되찾았다. 그는 다시금 어린 시절 응석받이가 되었고, 어머니는 아들을 보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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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누스는 1935년 쉰 살을 맞은 아드리안을 보기 위해 부헬 농장을 방문한다. 구부정하고 초췌한 아드리안의 모습은 가시 면류관을 쓴 그리스도처럼 측은해 보였다. 그는 친구를 알아보지 못하는 흐리멍덩한 눈빛이었다. 아드리안이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인 1939년에 다시 찾았을 때 그의 어머니는 여든 살이었다. 더 수척해진 모습은 마치 엘 그레코가 그린 귀족의 모습과 같았다. 세레누스는 정신을 놓은 아드리안의 모습이 더욱 정신적으로 고양된 모습으로 보이는 아이러니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Pieta_el_greco.jpg 엘 그레코가 그린 <피에타>

1940년 8월 25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던 무렵 아드리안 레버퀸은 세상을 떠났다. 토마스 만의 또 다른 멘토인 프리드리히 니체가 40년 전에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한 것과 똑같은 날이다. 세레누스는 이 극한의 절망적인 상태에서 희망의 빛이 떠오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친구의 영혼과 독일의 운명에 안녕을 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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