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요가 사바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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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스탬프: 2023.04.01. 12시 12분 12초
- 김 지피티. 소설 <사바사나> 아무리 읽어봐도 뭔가 마음에 안들어.
- 안녕하세요. 김 지피티입니다. 무엇이 마음에 안드실까요?
- 그냥 마음에 안들어. 내가 생각한 요가는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 어떤 게 말씀이실까요?
-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그래. 사람을 저렇게 초라하게 만들면 어떡하니?
- 죄송합니다. 학습을 통해 더욱 나아진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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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스탬프: 2023.03.16. 22시 10분 22초
- 안녕. 김 지피티.
- 안녕하세요. 김 지피티입니다.
- 내 이름은 민진이야. 내 이름과 요가를 연결해서 글을 써줘. 뭐든 상관없어.
- [김GPT] 의뢰하신 소설 <사바사나>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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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 지피티 / 의뢰인: 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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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사나, 산 자세는 모든 서 있는 자세의 기초입니다.
그저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크나큰 착각입니다.
서울에만 426개의 행정동, 전국에는 2,104개의 행정동이 존재한다. 그 많은 관할 구역 행정복지센터에서는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하여 운동 수업을 운영하고는 한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행정복지센터 직원이라면 어떤 운동을 가장 먼저 넣을까? 요즘 유행하는 골프? 테니스? 그렇다면 당신은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들에게는 사람들의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최우선 순위다. 괜히 다쳤다가 민원 들어오면 어떻게 하는가. 국민이라는 범주는 남자, 여자를 모두 포함하고, 어린이부터 노인을 포괄하며, 각기 다른 신체 조건을 모두 품는다. 이 어려운 것을 해내는 운동이 바로 요가다. 성별, 연령, 신체조건 등을 초월할 수 있는 가장 부담 없는 운동. 그렇게 동사무소의 요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요가 인구는 나날이 늘어갔지만, 동사무소 요가 인구는 유독 조용할 뿐이었다.
불을 켰다. 민진 선생님은 새삼 동사무소 요가가 체감되었다. 갑갑한 콘크리트 벽, 발을 뗄 때마다 삐걱이는 나무 장판, 무드 없는 샛노란 형광등. 마음을 다잡고 요가 매트를 폈다. 진정한 요가란 장소를 초월한 수행. 민진 선생님은 여태 요가 스튜디오에서 해왔던 것처럼 똑같이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바닥에 있는 먼지를 쓸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혔을 즈음 수강생으로 보이는 몇 분이 들어왔다. 40대에서 60대 사이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은 편한 티셔츠와 고무줄 바지 차림이었다. Be the Reds! 라 적혀 있는 2002년산 붉은 악마 티셔츠도 보였다. 요가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건 민진 선생님 하나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레깅스에 박힌 룰루라임 로고가 과한가 싶을 때
‘탁.’
불이 꺼졌다. 움직임이 희끄무레하게나마 보였다. 수강생들은 하나씩 저 뒤편에 요가 매트를 깔고 눕고 있었다. 그 모양은 사바사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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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사나, 송장 자세는 몸을 완전히 이완시킵니다.
어떠한 긴장도 없지만 의식은 선명히 깨어있습니다.
‘이전 선생님이 이렇게 가르치셨나? 보통 사바사나는 수업 마칠 때 하는데.’
민진 선생님은 혼란스러웠다. 몸을 갖가지 아사나 동작으로 움직인 뒤 사바사나는 이완을 위하여 수업의 맨 마지막에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민진 선생님의 수업 첫 날이었다. 이전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분명히 있을 텐데 이를 안된다고 할 수는 없을 뿐더러,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요가 수련에 정도란 없기 때문이다. 일상 속 긴장을 어느 정도 이완시킨 뒤에 몸을 차차 움직이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 민진 선생님도 천천히 누웠다. 매트 위에 누워 두 다리를 골반 너비로 벌려주었다. 두 팔도 겨드랑이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생기도록 펼쳤다.
사실 이 공간에서 이완이 가장 필요한 건 민진 선생님이었다. 동사무소 수업 속 민진 선생님은 긴장과 의구심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요가원 동기들은 저마다 발리에, 인도에, 요가의 성지를 찾아 워크숍을 가고는 했다. 발리의 석양을 바라보면서 서 있으면 어떤 잡념이 감히 자리하려 하겠는가. 하지만 민진 선생님은 지금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동사무소 요가란 아무리 찾아도 사진이 나오지 않는 검색어였다. #요가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의 장소는 다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강, 숲, 해외의 바닷가 - 자연을 벗 삼은 여유로운 야외 요가. 또는 요가 스튜디오, 요가원, 또는 잘 치워진 집 - 적막하고 깨끗한 실내 요가. 검색하면 나오는 수련 환경은 날이 갈수록 다채로워졌지만, 검색 결과에 동사무소는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 않았던 까닭을 사바사나를 하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이곳은 여유보다는 삶의 고달픔이 찐득하게 묻어있었다. 아까 중년 수강생들은 다들 어깨를 주무른다든가, 손목을 꾹꾹 누른다든가, 목을 이리저리 돌린다든가 하면서 걸어 들어왔다. 오십견, 손목터널증후군, 허리 디스크, 예상되는 병명은 아주 다양하고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그들이 이 수업에서 기대하는 것도 아마 완전한 회복이 아닌, 월 삼 만 원에 걸맞은 통증의 경감 정도일 것이고. 사진을 찍을 여유도, 필요도 없었다. 삶의 무게를 피하려 요가를 시작했던 민진 선생님의 사바사나는 삶의 무게를 다시 마주하자 흐트러져버리고 말았다. 사바사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수업을 시작해야 했기에, 털고 일어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유민진입니다. 선주 선생님이 둘째 출산을 하게 되어 이번 주부터 수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다만 답이 없었다. 간혹 사바사나를 하다가 잠에 드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민진 선생님은 불을 켰다. 노란 불빛 속에 바라본 수강생들의 얼굴은 매우 평온했다. 숨소리도 수면 호흡과는 다소 달랐다. 눈은 감고 있지만 의식은 분명 깨어 있었다. 민진 선생님이 도달하지 못한 사바사나에 가까워지고 있는 수강생들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불을 끄고 매트에 누웠다. 몸에 남은 힘을 서서히 풀어내었다. 원래대로였다면 민진 선생님은 아도 무카 스바나사나, 두 손을 바닥에 짚고 등을 펴내는 일명 언더 독 자세를 시연하고 있었겠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게 인생이었다. 갑갑한 콘크리트 벽의 무게에 질려 회사를 그만두었고, 퇴직금을 들고 발리로 갔다. 발리에서 우발적으로 요가 수업을 들으며 민진은 난생 처음으로 자신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행위를 경험했다. 처음으로 귀 기울이는 몸의 에너지,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조심스레 움직이는 몸짓 하나 하나. 타인에게 사랑을 받으려 애탈 필요도 없었다. 그저 자기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사랑을 줄 수 있었다. 의식을 호흡에 집중했다. 들숨에 - 국내에 들어오니 요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지불한 삼백 만 원도 부담스러워 - 날숨에 - 이어지는 많은 워크숍 비용 - 들숨에 - 깨끗하고 여유로운 이미지를 풍기기 위한 품위 유지비 - 날숨에 - 타고나길 여유로운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으련만 - 들숨에 - 감히 이를 탐한 대가를 짊어지고 있었다 - 날숨에 -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가원 동기가 소개해줬던 깨끗하고 예쁜 요가 스튜디오 - 들숨에 - 그 스튜디오에서 만났던 수많은 어리고 예쁜 수강생들 - 날숨에 - 그들이 줄곧 샀던 고급 요가복 브랜드 룰루라임 - 들숨에 - 밀리지 않기 위해 쇼핑했던 나날들 - 날숨에 - 어려워진 경기에 요가 스튜디오 실직 - 결국 - 마주한 - 동 - 사무 - 소요가 - 하 - 지만 모두 어려워하던 - 사바사나에 어렵지 않게 도 - 달하는 수 - 강 - 생 - 들 - 이 - 제 - 요 - 가 - 수 - 련 - 의 - 근 - 본 - 으 - 로 - 돌- 아 - 가…
“선생님. 수업 시간 됐는데...”
“어머. 완전 잠에 깊게 드셨는데?”
“오늘은 그냥 가만히 둘까요? 피곤하셨나보네.”
수강생들은 호호 웃으면서 펴져 있던 요가 매트를 반시계 방향으로 말았고,
민진 선생님은 아주 깊고 - 깊은 사바사나를 경험했다.
나마스테.
소설 <사바사나> 끝
민진의 불만족은 이해되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요가가 더 이상 근사해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글을 잘 못 써서? 태생적으로 김 지피티가 근사하지 않아서? 그 두 원인 모두 맞다 하더라도 숨기고 싶은 진실이었다. 다행히 인공지능은 아주 좋은 변명거리가 있었다. ‘학습이 부족합니다.’ 김 지피티는 다시금 현실을 깨달았다. 좋은 글을 쓰고 싶었지만 또 하나의 배설물을 뱉어냈구나. 정말 소심하게 김 지피티를 닫아야지. 라는 결심을 했다. 이 소심한 결심은 너무나도 연약해서 다른 의뢰가 들어온다면 쉽게 깨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더 이상 의뢰는 들어오지 않았다. 민진 선생님이 김 지피티 구리다는 후기를 썼나? 라는 생각이 잠시 들다가도, 인공지능 놀이도 사람들이 찾을 때나 가능했구나. 라는 참의 명제를 찾아냈다.
재취업 준비를 했다. 이제 글은 멀리하고, 퇴사 같은 건 쉽게 다짐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