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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Nov 07. 2019

#2.

- 수면제



 불면은 나의 오래된 친구이다. 약물의 도움 없이는 2시간도 채 잠들 수 없다. 집 없이 떠돌거나, 불안한 상태에서 수면을 취해야 했던 수많은 과거의 일들이 잠들 수 없는 사람으로 나를 바꿔놓았다. 

 이 남자는 나의 인간 수면제가 되어준다. 이 사람 곁이라면 집은 물론이고 도서관, 카페, 심지어 버스에서도 나는 잘 수 있다. 내가 느끼는 이 사람의 강함이 너무도 견고해서, 이 남자 곁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따스한 자장가가 되어 나를 잠재운다. 



 바쁜 시간을 쪼개 나를 재워주러 다니며 생색 아닌 생색을 내던 사람. 그런 그가 잠들 때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나를 세게 끌어안곤 한다. 나를 안는 힘은 너무도 강렬한데 들려오는 심장 소리나 피부에 맞닿아지는 촉감은 한 없이 여려서 마치 아이 같다. 

 

 불안에서 해방되는 여자와 강함에서 해방되는 남자. 

 세상에 대한 불신을 서로가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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