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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Feb 21. 2022

미국에서 꿈의 직장에 취업하려고 한국어를 공부해요

한국어는 취업 언어

은퇴 후 외국인들에게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주로 미국에 살고 있는 영어권 학습자들이다.


작년 4월 초 첫 수업에 들어온 L은 30세 브라질 여성이다. 현재 미국 LA에서 음악 PD로 일하면서 MBA 공부를 같이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특히 뷔를 좋아하며 K-드라마도 재미있게 열심히 보고 있다. MBA가 끝난 후 지금 직장보다 더 좋은 꿈의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 한국어를 배울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미국에 있는 꿈의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깜짝 놀라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L이 가고 싶어 하는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세계 제1위의 음악 기업이다. 2020년 말 기준, 전 세계에 289개의 공연장을 가지고 있고,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북미에서 70%가 넘는 공연을 주관하고 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같은 한국 가수들의 공연도 이 회사에서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를 알면 취업의 기회가 높아진다고 L은 말했다.


은퇴 전 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영어를 잘해야 취업을 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이 매달리는 토익뿐 아니라 영어 회화 실력도 갖추어 놓으라고 했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는 취업에도 물론 도움을 주지만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세계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그런데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에서 한국어가 경쟁력 있는 취업 언어라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K-팝과 K-영화, K-드라마의 위력이 새삼 놀라웠다. 나한테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은 방탄소년단에 푹 빠져있다. 대부분 「기생충」(Parasite)을 봤으며 미처 영화를 놓친 학생들은 주위에서 좋다고 강력 추천해서 곧 볼 예정이라고 했다. 「오징어 게임」(Squied Game)은 물론 K-드라마가 너무 재미있다며 오히려 문외한인 내게 「아는 와이프」(A Familiar Wife), 「김비서가 왜 그럴까」(What's Wrong with Secretary Kim), 「갯마을 차차차」(Hometown Cha-Cha-Cha), 「그 해, 우리는」(Our beloved Summer) 등을 보라고 추천했다.


방탄소년단 이름은 수도 없이 많이 들었지만 정작 아는 게 별로 없어 인터넷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들을 훑어보았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위로와 꿈을 선사하는 내용들이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끌어당길 만하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의 가슴에도 와닿는다. Tomorrow의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그렇게 살아내다가 언젠간 사라지는 것”이란 구절이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가 그토록 기다린 내일도 어느새 눈을 떠보면 어제의 이름이 돼
내일은 오늘이 되고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어제가 되어 내 등 뒤에 서있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그렇게 살아내다가 언젠간 사라지는 것


멍 때리다간 너, 쓸려가



예전 제자 중에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에 대학에 계속 다녀야 할지 아니면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음악의 길로 가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방황을 하던 학생이 있었다. 방황은 했지만 수업시간에 진지했고 발표도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범 학생이었다. 다행히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이제는 좋아하는 음악에만 전념하고 있다. 마침 안부 인사차 전화를 한 제자에게 미국에서 꿈의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L의 이야기를 해주며 네가 아주 자신 있게 잘하는 한국어가 음악을 하는 네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음악과 한국어, 전공인 영어 모두 잘하니 네 미래는 앞으로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 응원의 말을 해줬다.


한국어가 힘이다. 나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덕분에 세계 도처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멋진 젊은이들을 만나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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