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혁은 댓글을 따라 작성자의 블로그에 들어갔다. 그 블로그에는 단 한 개의 포스팅이 있었다. 포스팅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
민혁은 순간 힘이 살짝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미영이 굳이 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았단 말인가? 어쨌든 그는 게시판 글을 읽기 위해 클릭했다. 게시글은 단 한 줄로 아래와 같이 쓰여있었다.
“자존심은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에 초점이 있고, 자존감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초점이 있다.”
민혁은 조롱당한 기분이 들었다. 미영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민혁은 평일이라면 출근을 통해 혼자 분을 삭일 수 있겠지만 휴일의 시작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표현에 따르면 제대로 '긁힌' 것이다. 민혁는 미영이 누워있는 침대 주변을 돌아다니며 그녀가 일어나면 물어보고 싶었지만 피곤했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민혁은 다시 블로그에 들어가 다시 댓글을 살펴보았다. '풉'이라는 단어를 쓴 작성 시간은 오늘 새벽이었다. 분명 미영은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그녀에게 알리바이는 분명해 보이지만 그가 잠든 시간 우연히 잠에서 깨어나 댓글을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민혁이 다니는 헬스장의 주말 영업 시작 시간은 9시이다. 그는 평소보다 일찍 나설 채비를 했다. 미영은 그가 돌아다니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몰라도 인기척을 냈다. 잠시 소강 사태에 있었던 민혁의 감정이 다시 움직였다. 그는 일시적일지라도 자리를 벗어나는 것에 약간의 용기를 내어 미영에게 다가갔다. 그는 운동복을 이미 입고 운동 장비가 들어있는 가방을 멨다.
"혹시 내 블로그에 댓글 달았어?" 민혁이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영은 뚱딴지같은 말을 들은 것처럼 반응했다.
"그래, 나는 네가 댓글을 달았다고 생각했어." 민혁의 목소리가 처음 질문과 달리 줄어들어 독백처럼 들렸다.
미영은 그의 딱히 궁금해하지 않아 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민혁의 의구심은 거의 사라졌다. 미영이 거짓말하는 성격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에게 거짓말을 한 번도 들킨 적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어쨌든 결과는 동일하다.
"그래, 나 운동 다녀올게." 민혁은 미영에게 등을 내보이며 방을 나섰다.
"누가 최근에 당신보고 늙었다고 말했어?" 미영이 다시 어제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럴 리가 있나. 난 친구도 없는데." 민혁이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글쎄, 친구가 없긴." 미영은 늘 말을 아꼈다.
이제 민혁은 미영에게 이제 다시 질문을 던질 차례가 왔다고 생각했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가 뭔지 알아?" 그는 다시 방안을 내려다보며 미영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글쎄, 당신은 자존심이 세지."
"누구나 자존심과 자존감을 갖고 있지." 민혁은 자신에게 날아온 화살을 인류 전체의 습성으로 방어했다.
미영은 그의 말에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민혁은 다시 현관문을 향해 나갔다. 현관문이 세차게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영은 스마트폰을 협탁에 내려두고 침대 헤드에 기댄 채로 잠시 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