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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나무 Nov 26. 2024

읽다가

자연스럽게, 읽게

아무것도 읽지 않는 날들이 쌓이다 보면 죄책감도 같이 쌓인다. 


읽기 싫어서 안 읽고, 바빠서 못 읽기도 한다. 어쩔 땐 눈으로 글자를 훑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다.

바빠서 못 읽는 경우는 제외하고, 내게는 책에서 멀어지는 게 더 큰 스트레스여서 웬만해서는 오래지 않아 책이 눈에 들어온다. 


책을 읽으려고 가져왔는데 그 책을 펴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눈에 띄어서 청소기를 들고, 마침 영양제를 안 먹은 게 생각이 나서 수납함을 뒤적거린다. 갑자기 목이 마른 느낌에 컵을 찾고는 의자에 앉는가 싶다가, 당장 거울을 꼭 봐야 할 것만 같아 화장대로 향한다. 그렇게 눈에 거슬리고 문득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하고 나서야 읽을 준비를 마친 것처럼 책을 펼친다. 

의식을 치르듯 한참 딴짓을 하다 보면 책 읽는 시간이 더 새롭게 느껴진다. 더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 가끔은 이렇게 책을 잘 읽기 위한 예열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조급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조급해할 필요도 없는데 책을 두고 적잖이 이런 감정이 들곤 한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엉뚱하게도 욕심과 강박으로 표출될 때가 있는 것 같다. 한때는 책을 사서 그저 쌓아두는 것만으로 그 욕심을 채우거나, 다독 자체를 목적으로 남는 것 없는 독서사냥을 하기도 했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읽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기꺼워야 하고 새겨져야 한다. 그래야 생각이 되고 문장이 된다. 


책을 앞에 둔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은 그냥 읽는다.

그러다 보면 책 앞에서 자연스러워져 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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