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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나무 Dec 17. 2024

읽다가

책을 읽는 자를 바라보는 책을 읽는 자

책에 눈길을 주지 않는 순간이 있을지언정 누군가 책을 읽는 모습에 눈길이 머물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는데 기내식을 먹자마자 책을 펼쳐 드는 사람이 있었다. 나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 앞쪽에 앉은 그 사람은 내릴 때까지 책을 붙들고 있었다.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해하다가 나중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짧은 거리였지만 비행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수시로 그 사람을 곁눈질했다. 집에 가면 책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도서관이나 서점처럼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도 물론 좋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더 궁금해진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저마다 약속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핸드폰을 볼 때 책을 손에 든 사람들이 있다. 한참 읽다가 책을 펼친 채 눈을 감고 생각에 열중하고 다시 책을 본다. 책 안의 내용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거나 되새기려는 것도 같고, 해묵은 감정이나 생각을 털어내는 것도 같다. 이들의 표정은 대체로 평온해 보인다.

예전보다는 줄어든 것 같지만 카페에서는 그래도 여느 곳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본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벅차다. 아이를 보며 엄마미소를 짓다가, 그런 아이를 둔 책 읽는 부모의 모습에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야외에서 책 읽는 사람들은 드물긴 하지만 그래도 철에 몇 명씩은 본다. 그들은 언제 봐도 놀랍고 대단하다. 바닷가의 뙤약볕 아래에서, 아무렇게나 놓인 길 가의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난간에 몸을 기대고 서서 책을 읽는다. 그들은 언제든, 어디로 가든 책을 제 몸처럼 늘 지니고 있을 것 같다.     

     

누군가가 책을 읽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침 그 순간에, 다행스럽게도 내게 책이 있다면. 그래서 그 사람들 속에 내가 편승하게 됐을 때, 책 읽는 내 모습이 더없이 좋다. 보이지 않는 단단하고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내 에너지가 채워짐을 느낀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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