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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이응 Nov 16. 2019

12살 선거 논평

                                                                                                                                                                                                                                                                                                                                                                                                                                                                                                                                            

1993년 3월 24일 (비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조금 옴화요일 00초등학교 5학년 3반 1
제목선거
오늘은 선거를 하는 날이다엄마 아빠께서는 투표를 하시고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왜 나쁜 선거를 해야 하는지.....
텔레비전 광고포스터 보면 공명선거에 대한 것들이 많은데 별것도 아니라며 찢고 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더러운 손으로 더러운 돈을 쓰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을 때 (선거가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돈을 쓰며 대접해놓고 (당선이안되면..... 야 참그것 한번 고소하다잔인하게 돈을 쓰고 나쁘게 행동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그렇다고 그 후보자만 나쁜 게 아니다그것을 받고 돈이나 음식 준다면 (받고다니는 사람이 더 나쁘다. 93년도 내년도 그런 행동하지 말고 공명선거를 했으면 좋겠다.  
     
촛불시위 전까지는 정치에 관심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 여성 첫 대통령이라고 좋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두 아들 앞으로 육아수당이 두둑이 통장에 박히는 걸 보며 실실 웃어댔다. 내가 진보인지 보수인지도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둘째가 내 뱃속에 있었다. 그저 뉴스를 보고 울며 내 아이가 아님을 안도하는 정도였다. 집에 케이블티브이가 안 나와 jtbc 뉴스는 본 적도 없었다. 

어린 내가 어떤 뉴스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든 건지 궁금해 포털에 1993년 3월 선거/부정선거 등을 검색하니 두 인물이 등장했다. “이명박” “김기춘” 이 두 분은 한 때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셨던 분들이 아니겠는가.

“이명박 의원 150억 땅 은닉, 현대 사장 때 매입. 처남 명의 도곡동 금싸라기 땅,  1300평대” <1993년 3월 27일 세계일보 1면 헤드라인>
“김기춘 소환키로 ”지역감정 부추겨 김영삼 당선 돕자 “ 신문사 간부 매수. 민간단체 동원키로”
<1992년 2월 16일 >
“공안 1부 조준웅 부장 검사는 불구속 기소된 김기춘(54세)에 대해 ”대통령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1993년 4월 14일>
     
놀랍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쩌면 이리도 똑같을까? 전에 같은 잘못을 하고도 어떻게 이들이 대통령도 되고 비서실장이 될 수 있었던 걸까? 우리는 언제까지 대의를 위해 저지르는 불법이 사소하다, 어쩔 수 없던 일이라며 눈감아 줘야 할까? 매번 올바른 일을 한다며, 정의를 위해, 경제를 위해,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자신의 돈과 권력을 더 가지려 든다.  
촛불이 정치에 눈먼 나를 밝게 해 주었지만 어린 나는 낡은 일기장 글 속에서 말해준다. 정의로운 것에 눈먼 적은 없다고.  아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건 정의로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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