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모습으로, 내 삶에 대한 긍정과 성장으로 이끈 여정
살면서 무엇을 하던 오랫동안 지속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것에 빠르게 질렸다.
그게 어떤 일이든 조금 익숙해지려고 하면 지루함이 빠르게 찾아왔다.
좋아하는 분야도, 언어 공부도, 특정 분야의 일도, 연애까지도.
처음의 불같은 열정은 길게 지속되지 못하고 사라졌고, 지속할 이유를 찾기 못했던 나는 쉽게 그만두기 일쑤였다.
그런 나에겐 무엇이든 꾸준히 파고들지 못한다는 게 일종의 콤플렉스처럼 자리 잡았다. 끝없이 하나에 파고드는 덕후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앞으로 평생 운동을 열심히 하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겠다던지, 몸짱이 되겠다던지 그런 거창한 다짐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그냥 하긴 해야 할 것 같아서, 운동하는 직장인에 대한 약간의 로망이랄까? 그런 정도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그땐 퇴근 후에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어서 퇴근 후 루틴으로 지속했는데, 역시나 1년이 지나니 지루해졌다. 애초에 엄청난 열정도 없었지만.
하지만 놀랍게도 그 지점에서 운동은 내게 지속 가능함을 선물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필라테스는 질려도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은 넘쳐났던 것이다.
그 덕에 쉬지 않고 변주를 주며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다 보니 운동이라는 큰 행위는 8년 동안 끈질기게 지속할 수 있었다.
필라테스 후 플라잉 요가에 흥미가 가서 요가를 시작했고, 그 뒤엔 새롭게 떠오르던 운동인 취미발레를 시작했다.
발레를 그만두고 다시 필라테스와 요가를 탐험하다, 무게를 드는 웨이트의 영역으로 넘어갔고 그 뒤엔 러닝, 수영 등의 유산소를 시도했다. 그러다 또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과 클라이밍도 시작해서 즐기게 되었다.
다른 종류의 운동은 분명 잘하는 법도, 몸을 쓰는 부위도 조금씩 달랐지만 내 몸과 근육과 유연성을 베이스로 활용한다는 점은 같아서 호환되는 점이 있었고, 그게 또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 어느 정도의 기반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그게 계속 쌓였다.
내 몸과 체력은 아주 서서히 변해갔다.
그 과정은 뭐랄까, 체감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걸어오다 문득 어느 날 뒤돌아봤을 때 내 뒤로 펼쳐져 있는 멋진 풍경 같은 거였다.
여러 운동을 거친 덕에 전신의 다양한 근육이 골고루 발달하고, 유연성도, 신체 협응력도 발전했으며, 그렇게 약하던 심폐지구력도 서서히 늘어났다. 어깨와 엉덩이는 볼륨이 생기고 허리는 기립근의 힘으로 더욱 얇아지며 몸의 프레임이 좋아졌다.
그와 함께 운동에 대한 나의 태도도 변했다. 몸을 쓰는 활동에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더 이상 체력이나 몸매 같은 어떤 결과를 위한 행위가 아닌 운동하는 시간 그 자체를 즐기게 되고, 더 잘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의 새로운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사실 8년 동안 한 가지 운동을 팠으면 나는 요가 지도자나 필라테스 자격증 정도는 딸 생각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웨이트를 8년 했으면, 지금쯤 지금보다 훨씬 근육이 많은 몸짱이 되어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난 지금의 내 몸과, 운동을 즐기는 내 모습이, 그 자체로 좋다.
나다운 모습으로 지속하는 운동은 이런 모습이니까.
나만의 방법으로 끝없이 몸을 쓰는 이 행위를 사랑하고 있다.
난 운동을 통해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의 공존에 대한 희망을 발견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내 몸뿐만 아니라 생각과 태도, 삶의 많은 부분이 운동으로 인해 바뀌었다.
내 삶에서도 재밌고 다양하게, 그렇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는 걸 이젠 믿는다.
그래서 운동이 내게 준 가장 큰 교훈은 스스로에 대한 받아들임과 긍정일지도 모르겠다.
GRIT이라는 끈기에 관한 유명한 책에는 '그릿'이라고 일컫는 끈기는 어떤 일을 처음 마주한 순간, 운명처럼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고 했다. 그보단 좀 더 익숙해지고 숙달되었을 때 점점 더 깊게 피어오르는 열정이랄까? 진정한 열정은 꾸준히 해 나갈 때에야 비로소 생기는 것이라고.
평생 GRIT은 나와는 먼 단어일 줄 알았는데 나는 운동을 하면서 이걸 마침내 찾은 것이다.
운동을 시작할 땐 그저 그랬지만 하다 보니 점점 더 빠져들고, 계속 발전하고 싶은 진정한 열정과 끈기가 자리 잡았으니까.
그러니 나처럼 무언가에 쉽게 질리고 그만두거나, 일상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운동을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특정 운동에 빠져 있을 때마다 나의 분위기나, 즐겨 입는 운동복 종류나, 몸의 쉐입이 조금씩 변해왔다.
발레를 할 때는 클래식을 즐겨 듣고 우아함에 빠져 발레 공연을 자주 봤고, 요가를 할 때는 명상을 즐겨했으며, 웨이트를 주로 하게 된 후에는 옷차림이 단졸해지고 구두보단 운동화와 활동성이 좋은 옷이 좋아졌다.
나중에 이런저런 운동들을 더 하게 되면 내 몸과 태도는 어떻게 또 바뀔까?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와 변주를 반복할 내 몸과 일상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