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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Dec 19. 2021

글쓰기 일곱 번째 수업: 과거 또는 미래의 나에게

변치 않을 금사빠식

*10년 전과 후라 했지만 정확히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일곱 번째 수업은 10년 전(또는 더 이전)의 나의 이야기를 쓰거나, 1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10년 후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쓰고 싶었는데 40살의 나를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당장 내일의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10년 뒤라니. 10년 전의 나였다면 40살의 나를 엄청 멋지게 묘사해서 그렸을 것이다. <안녕, 아이릿. 40살이 된 기분은 어떠니. 여행은 많이 다녔어? 부모님은 여전히 건강하시지? 너는 지금 네가 그렇게 되고 싶어 하던 xx(잊힌 장래희망)이 되었겠지? 돈은 많이 벌고 있니!> 상상력 부족으로 이하 생략. 하지만 30살의 나는 멋진 상상을 하기엔 너무 지쳤다. 모든 일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도,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도 다 알아버렸다. 그래서 오래 전의 나를 만나기로 했다.(과거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든 숙제를 해서 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과거의 나에게도 있었으며 현재의 나에게도 있고 미래의 나에게도 있을 그 마음을 글로 쓰기로 했다. 그 마음은 바로 '금사빠식' 마음! 보통 누군가가 "너 금사빠지!"라고 한다면 그건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한 단어, '식'을 덧붙여야 한다. '식는다'의 '식'. '금방 사랑에 빠지고 식는 사람'을 뜻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많이 다르지만 '애정'을 갈무리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초등 1학년 때부터 중3 때까지 좋아했던 남자애가 10명이 넘는다. 좋아할 때는 온 마음을 다해서 좋아한다는 것을 '(상대가 알아챌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나름대로' 드러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준다거나, 괜히 한 번 더 보려고 학원을 같이 다니고 같은 반에 들기 위해 공부를 한다거나. 은근히 이상형을 밝힌다거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대와 친해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좋아했던 마음이 '조금씩 아주 빠르게' 식기 시작한다. 어떤 책을 읽으니 이건 자존감이 낮아서라고 하는데 반절은 맞고 반절은 틀린 것 같다. 애초에 내가 좋아하는 상대한테 나를 드러내는 데 거짓이 있었는가 하면 아니다. 아마 못난 모습을 조금 더 많이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상대가 잘나서 내가 작아지는 것 같아 포기한 적이 있으면 있지.


  서른 살이 되면 아니 이십 대 때라도 '금사빠'든 '금사빠식'이든 다 없어지고 정착할 줄 알았다. 안타깝게도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 그저 깔짝이다가 단맛 좀 살짝 보면 질렸다고 돌아서는 사람. 그런 내가 올해 가을이 시작되고부터 커플들이 깨 볶는 연말까지 친구들한테 "나 진짜 가슴 절절한 사랑이 하고 싶어."라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언니,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야.", "얘 또 영화 봤네. 무슨 영화 봤냐.", "나도 궁금하다.", "가슴 절절한 사랑의 기준이 뭔데?" 등등.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런 사랑을 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몇몇은 "나도."라고 한다. 금사빠식인 나는 대체 왜 좋아한다는 감정이나 사랑을 갈구할까. 초등학생 때 끝냈어야 할 이 궁금증과 갈증 해소! 10년이 지난 지금도 모르고, 10년이 더 지나도 모를 것만 같다. 세븐틴의 자체 제작 예능(?)인 '고잉 세븐틴' 속 최애의 귀여움에 미소지으며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마쳤다. 결국은 금사빠 아이릿의 과거와 현재. 바뀌지 않을 미래에 대한 글. 금사빠에서 금사빠식이 된 나 나아가 관계에 대한 고민. 글의 마지막 줄은 이랬던 것 같다. '지금 수능 준비를 해서 대학을 가는 것과 사랑을 하는 것 중 쉬운 것을 택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전자를 택하겠다.'.


  10년쯤 지나면 알 수 있으려나... 사랑이 뭔데 대체. 


  글쓰기 수업 7주 차.


  저마다의 글을 듣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같은 주제인데 이렇게나 다른 이야기가 나오다니. 학생 1은 10년 뒤 자식들과 사는 이야기를, 2는 수십 년 전의 자신에게 하는 잔소리, 3은 과거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놀랍게도 현재의 연인과 같은 사람). 나보다 수년은 더 산 학생들의 이야기 속 사랑은 성숙했다. 사랑의 '사'자도 모르는 내가 들어도 성숙한 관계. 나는 언제쯤 그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상형을 밝히며 '남친 찾음'이란 그림을 그렸다. 이상형을 적었는데 연인관계가 아닌 같이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는 사업적 동반자를 찾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생애 처음 본 사주에서 내년엔 사업적 동반자적 능력까지 갖춘 남자가 나타난다고 했다. 아이릿 가슴 절절한 사랑을 시도해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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