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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oje 주제 Oct 24. 2021

사랑에 빠진다면 우다이푸르

주제 in 인도 그림 여행기 - 화이트시티 우다이푸르


   우다이푸르는 인도에서도 휴양지 또는 신혼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어느새 절반이 지난 인도 여행, 휴식 같은 여행지가 필요했던 우리에게 우다이푸르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슬리핑버스를 타고 이른 아침 도시에 도착해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긴 뒤 거리로 나섰다. 이윽고 도시 가운데 흐르는 강가 주변에 도착했을 때, 이곳의 별명이 왜 '화이트시티'인지 곧장 알 수 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윤슬이 깔린 강물과 그 강가를 따라 지어진 흰색의 건물들, 그 너머로 언뜻 보이는 아이보리빛 성곽. 그리고 강 한가운데 섬처럼 떠있는 흰색의 궁전까지. 온통 새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낭만적 풍경에 한참동안 말을 잃고 감상에 젖어들었다. 우다이푸르의 첫인상은, 화이트시티 그 자체였다.





   우다이푸르는 '탈인도'의 도시였다. 도시 곳곳을 구경하며 우리는 계속해서 이곳의 '인도답지 않음'에 감탄했다. 거리도 인도치고 무척 깨끗한 편이었고 소도 많지 않았으며 고급스러운 느낌의 카페도 제법 있었다. 나와 원석이는 둘 다 유럽엔 가본 적도 없으면서 연신 "여기 유럽같아!"를 외치며 신나게 돌아다녔다. 운치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에 들러 3일 뒤의 저녁 식사를 예약한 뒤, 강이 보이는 카페에서 한껏 여유를 즐겼다. 놀랍게도 그곳엔 인도에선 도저히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온갖 카페 음료, 디저트들이 있었다. 강가를 바라보며 바닐라아이스크림이 얹어진 브라우니를 먹으니,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당시 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 카페 사진을 올리며 '잠깐 유럽옴'이란 코멘트를 장난삼아 붙였었는데, 깜박 속은 한 친구는 "정말 유럽갔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 정도로, 화이트시티는 정말이지 인도스럽지 않았다. 보고있는 풍경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구를 감쪽같이 속인 문제의 카페 사진. 브라우니에 아이스크림, 아이스아메리카노까지 뭐든 게 '찐'이었다!



   우다이푸르 대표 관광지, '작 만디르 팰리스'는 물에 떠있는 듯한 형상으로 '물 위의 궁전'이라 불린다. 타지마할을 만든 샤 자한이 짓고 실제로 머무른 곳이다. 샤 자한은 젊은 시절 아버지를 피해 이곳에 은신해 있었다고 한다. 이토록 사치스러운 은신이라면 몇 십년도 거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배를 타고 도착한 작 만디르는 강 너머에서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아름답고 화려했다. 결코 작지 않은 공간감과 구석구석 손이 닿은 듯한 세밀한 장식들까지 공들여 지은 곳이란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구경할수록 들뜨는 마음에 '예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샤 자한은 이곳에서 훗날의 타지마할 건설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곳에 머무른다면 누군들 어떠한 영감이라도 받지 않았을까, 부럽단 감정마저 들었다. 작 만디르는 지금도 부자들의 화려한 결혼식을 위한 장소로 종종 쓰인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에도 저녁에 있을 결혼식 준비로 모두가 분주해보였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곳에서 결혼을 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궁전과 이를 감싸고 흐르는 강물, 완벽한 날씨까지, 상상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의, 완벽한 로맨스의 현장이었다.



작 만디르에서 시티를 바라보는 나. 언뜻 봐도 광대가 한껏 올라간 게 그때의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다이푸르를 말할 땐 야경 또한 빼놓을 순 없다. 달이 비치는 강물, 물 위의 궁전과 호텔에서 쏘아대는 화려한 조명들. 낭만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광경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 광경 속에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아니, 어쩌면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김종욱찾기'의 감독은 왜 우다이푸르 대신 조드푸르를 선택했을까. 인도의 도시 중 사랑과 가장 어울리는 건 단연 우다이푸르인데. 화이트시티이자 사랑의 도시, 그게 내가 만나고 느낀 우다이푸르였다.



빨간 드레스와 인도식 정장이 멋스러웠던 커플.


   '사랑의 도시'란 내가 지은 별명에 걸맞게 도시 곳곳엔 정말 많은 커플들이 있었다.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 신혼여행을 즐기는 커플... 서로를 찍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다정한 모습들을 보면서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그 중 한 커플의 모습을 우다이푸르의 한 카페에서 그림으로 담아보았다. 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이들의 사랑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풋풋하게 빛나던 시절을 보낸 뒤 어느덧 익숙함이란 감정을 맞는 사이가 됐을까. 로맨틱한 흰빛 사랑이 지나고 지금 이들의 사랑은 무슨 색일까. 서로에게 물들었을 그 색이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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