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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Oct 24. 2020

복사꽃 만발할 때까지

마음경영 season 1_01 

대학교 1학년 각자 저마다의 설레임과 대학생활의 희망을 가지고 첫 학기를 시작한다. 나의 첫 학기도 그러했다. 나는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른이 된 것 같이 뿌듯했다.


첫 학기 수업 교수님이 생각난다. 그분은 신입생인 우리에게 대학생이 되면 읽기 좋은 책 100권의 리스트를 나눠주시면서 맘에 드는 책을 몇 권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셨다. 난 10권 정도를 선택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험은 없고 중간 페이퍼로 대체한다고 했다. 페이퍼의 주제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제출하는 시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페이퍼는 복사꽃 만발할 때까지 제출하세요.”



참으로 감각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이었다. 사실 나는 복사꽃이라는 표현을 몰랐다.

‘복사꽃’이 뭘까? 바로 복숭아꽃이었다. 연분홍색의 복사꽃은 벚꽃과도 비슷하지만 벚꽃보다는 꽃대가 짧고 둥글며 더 우아하다. 복사꽃이 4월~5월에 꽃이 피니까 딱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까지 내라는 말이었다.


난 그 표현이 너무나 좋았다. 난 그 교수님이 추천해 준 삶의 열정과 희망을 담아낸 여러 소설책들을 읽으며 그 해 봄을 지냈다.

그런데 난 ‘복사꽃이 만발할 때까지’라던 페이퍼의 기한은 맞추지 못했다. 가고 싶던 대학에 떨어지고, 안정적인 차순위 대학에서 시작한 첫 대학생활은 즐겁긴 했지만 내 열정을 담아내지 못했다. 난 재수를 생각하며 그해 봄 복사꽃이 만발하기 바로 전 자퇴를 하고 재수생활을 시작했다. 이듬 해 노력의 결실로 난 내가 원하던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결국 ‘복사꽃 만발할 때’ 난 새로운 삶을 열기 위한 시작을 한 것이다.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를 그린 그림 ※ 작자를 찾지 못했음 © 도서출판 다반(2020.0110) 네이버 포스트

복사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 즉 기름지고 평평한 땅에 위치한 평화로운 마을을 뜻한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곳 그곳이 바로 파라다이스인 것이다. 삼국지의 세 장수가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도 바로 복사꽃 만발한 밭이었다.


복사꽃의 꽃말 '희망'이 있다. 도연명이 미지의 땅에서 희망을 보았고, 유비-관우-장비 세 의형제가 미래를 향한 희망을 약속 했듯이복사꽃의 진정한 의미는 더 나은 미래로의 나아감이라 할 수 있다

제네비에브 블레(Geneviève Blais),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그림> © Geneviève Blais,    ※ 원작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고통을 직접 경험하고 있고,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신체가 집에 얽매여 있으니 몸과 마음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의기소침해졌다. 세계 경제가 유래 없는 대폭락과 대공항 상태를 예고하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우리들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상가는 문을 닫고, 수입이 줄어들고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빚의 부담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복사꽃이 피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남았다. 우리는 이겨내야 한다. 힘겹더라도, 현실의 무게가 나를 짖눌러 눈물이 날지라도 쓰러지지 말고 일어나야 한다.


돌아 올 봄 ‘복사꽃이 만발할 때’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희망의 미래에 대한 페이퍼를 내놓아야 한다. 그 희망은 완전히 다른 미래가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현실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현실을 열고, 또 내년엔 올해보다 더 의미 있는 현실을 연다면 현실과 현실들이 모여 내가 꿈꾸는 꿈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우리는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야 한다.

‘복사꽃이 만발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만의 페이퍼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난 어떤 페이퍼를 내놓을까? 오늘 숙제가 생겼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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