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꿈의 끝자락에서

by 마리


“낙오자가 되지 말자.”

이 말은 내 20대 인생의 모토였다.


그때의 나는 무조건 성공하고, 잘 살아야 한다는 열정 하나로 가득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지, 그 모든 것이 아직은 낯설고 막연했던 시절이었다.


처음 이태리여 도착했을 땐,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는데, 그 달콤한 시간은 금세 지나갔고, 현실은 마치 쓰디쓴 눈물 한 컵처럼 나를 단숨에 삼켜버렸다.


기대했던 것들과는 달랐고, 나는 점점 더 작아져 갔다. 심지어 운도 내 편이 아니었다.


처음 1,200원대였던 환율은 1,700원 가까이 치솟았고, 1년 사이 500원이 오른 건 유학생인 나에겐 치명적이었다.


통장은 빠르게 바닥을 보였고, 불안은 하루하루 더 깊어졌다.


그때마다 시티은행에서 몇 천 유로를 찾아 베개 밑에 숨겨두고, 조금씩 꺼내 쓰며 버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졸업을 못 하고 돌아간 친구도 있었다.

나 역시 정해진 예산 안에서 움직여야 했기에, 이탈리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비자는 끝나가고, 요리학교를 다니기엔 돈이 부족했다.

어학교에 다니며 간간이 토스카나 요리를 배웠고, 요리 선생님이 추천해 준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내 능력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고,


“이대로 끝인가?”


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며, 서서히 패배감에 잠식되어 갔다.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았고, 내 꿈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돌아가려니, 아쉬움만 가득 밀려왔다.

힘겹게 쌓아온 시간들, 이미 써버린 돈, 그 모든 것이 헛되지 않길 바랐다.


지금은 안다. 그 시절의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모든 걸 잃은 듯한 기분으로,


낙오자가 된 마음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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