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십 년 전에도 말씀드리고 싶었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돌려서 말했는데 오늘은 아주 담담하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말하고 나서도 과연 이게 잘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아스퍼거를 엄마가 봤는데 그 사람들은 생긴 것부터가 일반인이랑 다르더라." 하셨다. 엄마도 인터넷 어디선가 '아스퍼거'라는 말을 접해본 적이 있나 보다. 사진까지봤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아스퍼거는 다운증후군처럼 외모로 드러나는 특징이 없다. 다만 자세는 힘이 없이 구부정하고 축 늘어져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얼굴에서 굳이 특징을 찾자면 일반인보다 동안인 경우가 더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게 아니라고, 그리고 경증인 경우에는 외모로 판별하기 어렵고 사회성 측면에서도 경계에 가까운 경우에는 사회성 좋은 아스퍼거와 사회성이 나쁜 정상인은 구별하기가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이 말을 꺼냈더니 엄마가 연애 때의 몇 가지 일화를 들려주셨다.
두 분은 그 당시 늦은 나이(엄마는 이십 대 후반, 아빠는 삼십 대 초반)에 중매로 만났는데 처음부터 아빠는 거의 말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는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과묵한 성격이겠거니 하고 넘기셨다고 한다.
데이트는 주로 야구장이나 극장 등 둘이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대화 없이도 보낼 수 있는 장소에서 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저녁을 먹고 나면 바로 집으로 헤어졌다.
그러다가 한 번은 중간에 한 달이 넘게 아빠가 잠수를 타셨다고 한다. 그게 결혼을 두 달 앞두고서 였다. 아빠는 엄마 연락을 받기가 귀찮아서 아예 전화선을 뽑아버렸다. 답답했던 엄마는 직접 아빠가 사는 곳에 찾아가서 아빠를 붙잡았고 그 뒤로 다시 연락이 되어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중 몇 가지는 내가 최근 유튜브에서 아스퍼거에 대해서 본 내용과 아주 똑같았다.(물론 유튜브보다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진단받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걸 듣고 나니 '아,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게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썸머님께 상담받았을 때 썸머님이 해석해 주신 내용(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 아스퍼거인 것 같다는 내용)도 정확한 것 같다.
이밖에도 엄마 얘길 듣다 보면 실은아빠가 아스퍼거 같은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나이 50이 넘도록 진달래와 개나리를 구분하지 못하셨고, 70대에도 날 것의 브로콜리를 처음 보셔서 그것을 날것 그대로 드셨다고 한다. 그리고 먹고 싶은 과자를 사 오면 가족들과 같이 나눠먹는 게 아니라 혼자 숨겨놓고 드셨다. 외출 시에는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말없이 나간다. 외출해서 우연히 엄마를 봐도 모르는 사람인 척 인사를 하지 않는다. '불협화음'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한다. 가끔은 남들이 다 아는 걸 모르고 남들이 다 모르거나 관심 없는 것에 대해 자세하게 안다. '바보천재'인 것 같다. 등등
여기에 적은 게 다는 아닌데 이 정도로만 적어두겠다.
아빠가 아스퍼거가 맞다면 엄마는 아빠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같이 살거나 졸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떨어져 살거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니 이제 나이가 70이고 살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냥 살던 대로 사시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