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티노 마틴 곤잘레스(스페인)
그대의 외출이란 먼 도시가 아니라 소읍일 것이다.
봄날의 산책길에서 본 그대의 거처
그대, 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는 것은 입구의 색채와 질감의 친밀성 때문이다.
그대의 입구가 그대의 삶의 내력인진 알 수 없지만
그대의 입구는 남향의 추레한 흙벽돌의 집이 분명하다.
실내엔 나무 탁자에 등받이 의자를 갖추었고
오래된 식기와 그대 체취의 공기에 밥 냄새 그리고
웅숭깊어진 따뜻한 잠을 잘 수 있는 목침대가 있을 것이다.
생활은 변변찮고
낡아 칠이 벗겨진 입구는 그대가 그대 일상에 관대하고
바깥세상과 어긋나지 않고 근처와 어울리기 위해 수리와 덧칠을 미루고
퇴색의 뜰에 내리는 비와 눈을 관조하기 위해 문틈도 막지 않은 것이다.
잠기지 않은 자물쇠를 걸어 둔 것은 최소 열흘 남짓 안에 내방한 손님이 없다는 것이며
이후 열흘 남짓 안에도 내방할 손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누구입니까.
그대 마음은 그대 입구처럼 상처가 많은 사람입니까.
상처가 많아 오히려 마음이 관대하고 따뜻한 사람입니까.
칠이 벗겨져 일어나고 나무의 본래 색이 도드라지는
퇴색의 시간 앞
봄은 나날이 신생의 풍경을 밝혀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