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별들이 다-정히 손-을 잡는 밤 기어이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아직까지 노랫말 한 부분이 기억난다. 나는 열 살이거나 좀 더 어리거나 했다.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던 노래였다. 나는 그 노래가 내 안의 뭔가를 건드린다고 느꼈다. 특히 "별들이 다-정히 손-을 잡는 밤" 그 대목에서. 기어이 떠나는 것들이 가득한 삶에서는 별들이라도 다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어린 사람이 무얼 안다고 싶겠지만,그런 건 세월의 축적과 무관한 거 아닌가. 그때 몰랐던 걸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것처럼, 삶에서 알만한 건 그때이미 짐작했던 것 같다.
또다시 가을이 되었다. 올 가을은 왜 초장부터 옛 노래가 자꾸 입에서 맴도나. 움직임이 느려진곤충들을 무수히 보게 되는 계절이어서 그런가. 마을 길을 걷고 있으면 아스팔트 위에서 멈춘 잠자리와 매미들을 보게 된다. 초록색 풀잎 같은 여치도 메뚜기도 간간이 흩어져 있다. 잘 가.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것이라고 노래하듯 말하고 싶지는 않다.다음 해를 약속하는자연 흐름이라고도 이해하고 싶지 않다. 오늘의 이 마지막은 한 개체로서 영원한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