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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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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Sep 14. 2024

뜨거운 안녕

  어릴 때 귀에 익은 노래 중에 '뜨거운 안녕'이 있었다.


  "또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별들이 다-정히 손-을 잡는 밤 기어이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아직까지 노랫말 한 부분이 기억난다. 나는 열 살이거나 좀 더 어리거나 했다.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던 노래였다. 나는 그 노래가 내 안의 뭔가를 건드린다고 느꼈다. 특히 "별들이 다-정히 손-을 잡는 밤" 그 대목에서. 어이 떠나는 것들이 가득한 삶에서는 별들이라도 다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어린 사람이 무얼 안다고 싶겠지만, 그런 건 세월의 축적과 무관한 거 아닌가. 그때 몰랐던 걸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것처럼, 삶에서 알만한 건 그때  짐작했던 것 같다.


  또다시 가을이 되었. 올 가을은 초장부터 옛 노래가 자꾸 입에서 맴도나. 움직임이 느려진 곤충들을 무수히 보게 되는 계절이어서 그런가. 을 길을 걷고 있으면 아스팔트 위에서 멈춘 잠자리와 매미들을 보게 된다. 록색 풀잎 같은 여치도 메뚜기도 간간이 흩어져 있다.  가.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것이라고 노래하듯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음 해를 약속하는 자연 흐름이라 이해하고 싶지 않다. 오늘의 이 마지막은 한 개체로서 영원한 마지막이다.


  을 길을 걸으며 그렇게 다시 삶을 자각한다. 직 지금 이 순간만이 의미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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